푹 / 최서림

2011.03.05 10:25

arcadia 조회 수:729 추천:17




푹 / 최서림















푹   /   최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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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푹' 이라는 말의 품은 웅숭깊고도 넓다 둥글어서 뭐든지

    부딪히지 않고 놀기에 좋다 묵은지 냄새가 담을 넘어가는

    이 말은 詩가 알을 슬기에 딱 좋다 뭐든지 푹 익은 것은 시

    가 되는 법, 항아리 속에서 멸치젓같이 푹푹 삭고 있는 마

    을마다 시가 넘실대던 시절이 있었다 집집마다 다른 손맛

    으로 익어가고 있었다 속을 삭히고 말을 삭히는 솜씨 따라

    하늘과 땅의 기운을 빌려 오는 솜씨 또한 달랐다 청도에 가

    면 파리 잡는 끈끈이가 바람에 흔들리는 추어탕집이 있다

    성미 급한 시간조차 한 숨 푹 자고서 가는 반질반질 닳은

    마루가 있는 집, 소금같이 짠 김치 한 종지에 손님이 파리

    떼처럼 득시글거린다 울퉁불퉁한 세월 따라 곰삭은 인생,

    할머니가 담그는 멸치젓갈의 비결은 그 집 며느리도 모른

    다 아직 푹 빠질 줄 몰라서이다











    - 시집 <물금>(세계사, 2010) -







    최서림. 본명은 최승호이며 1956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으며, 2010년 현재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서림'이란 필명으로 세 권의 시집

    <이서국으로 들어가다>, <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세상의 가시를

    더듬다>를 발표하고, 2010년 '최서림' 이란 필명으로 시집『구멍』

    (세계사), 『물금』(세계사)을 출간했다. 비평집으로는 <말의 혀>가 있고,

    학술저서로 <한국현대시와 동양적 생명사상>, <한국적 서정의 본질 탐구>,

    <서정시의 이데올로기와 수사학> 등이 있다. 제1회 클릭학술문화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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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금   /   최서림









    바닷물이 숭어 떼처럼 파닥파닥 밀려 올라오다 허리쯤에서 기진해 멈춘다 날숨과 들숨으로 강물과 혼몽히 몸을 섞는다
    썰물을 내려 보내는 갯벌이 그리움으로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곳, 그녀와 나 사이 매일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진다
    내 그리움도 그곳까지, 그 선까지만 밀물져 가다가 헤매다 돌아오고 만다 그녀가 사는 곳이 곳 물금이다
    대추나무 잎에 반짝이는 햇살처럼 영혼에 일렁이는 물결무늬처럼 떠 있는, 어느 새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리는 물금,
    물금 한 복판에서 찾아 헤매이게 되는 물금, 농익은 감이 제 무게 이기지 못해 철퍼덕 맨땅에 떨어져 산산히 흩어지는 곳,
    초로의 적막이 물푸레나무 회초리로 자신의 종아리를 후려치는 그곳이 물금이다










    - 시집 <물금>(세계사, 2010) -







    사람들은 저마다 고유의 소용돌이 치는 자장을 지니고 산다.

    그리하여 서로가 관계를 맺으면 두 개의 소용돌이가 부딪치는 지점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개펄을 쓰다듬는 파도가 한것 뭍으로 내달았다가

    물러서는 자리에 생겨나는 물금 같은. 바닷물과 강물이 혼몽히 몸을

    섞는 그 어름에 생겨나는 자리. 결코 하나일 수 없는 존재의 외로움이란

    한 방향으로 물결쳐 흐르지 못하고 두 물결이 만나는 그 어름의 감정의

    부산물 같은 그리움, 그것은 반지름한 대춧잎사귀에 반짝이는 햇살이

    거나 영혼에 일렁이는 물결무늬 같은 것. 농익은 감이 제 무게에 못이겨

    땅바닥에 철푸덕 떨어져 산산이 부서지는 곳.
    초로의 적막이 자신의
    종아리를 치는 곳이 바로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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