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꽃(落花) /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2011.04.14 10:46

arcadia 조회 수:356 추천:7




바람이 적은 곳으로··· 한용운, “落花” 전문


















▲ Gosinga 作. 떨어진 꽃과 그 향은 바람이 적은 곳, 풀과 속삭이는 곳으로 가고











  
바람이 적은 곳으로···







떨어진 꽃이 힘없이 大地의 품에 안길 때

애처로운 남은 香氣가 어대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가는 바람이 적은 풀과 속삭이는 곳으로 가는 줄을 안다.



떨어진 꽃이 굴러서 알지도 못하는 집의 울타리 새이로 들어갈 때에,

쇠잔한 붉은 빛이 어대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부끄러움 많고 새암 많고 미소 많은 처녀의 입술로 들어가는 것을 안다.



떨어진 꽃이 날려서 적은 언덕을 넘어갈 때에,

가엾은 그림자가 어대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봄을 빼앗아 가는 惡魔의 발밑으로 사라지는 줄을 안다.





― 한용운, 시집「님의 沈默」의 부록 中 “落花”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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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o Late


- 출처. 고싱가 숲 (산들바람으로,폭풍으로,나비의너울거림으로)














  
알 수 없어요···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搭)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 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한용운, 시집「님의 沈默」 中 “알 수 없어요”(1926), 전문









… 가치 있는 모름의 대상은 무엇인가? 그것은 이 시 <알 수 없어요>의 경우
엔 바로 신이다.
그러나 이 신은 그저 신앙의 대상으로서의 신이 아니다.

이 신은 이 우주의 질서와 관계되어 있는 존재로 내게 믿어지는 존재 또는

그렇게 생각되는 존재로서의 신이다. 그 신을 한용운은 ‘님’ 이라 부른다.
그리하여 나는 님을 확실히 모른다,
신을 확실히 모른다 할 때, 나는 그저
님 또는 신을 모른다는 것이 아니요, 이 세계에 와 있는,
이 만유 사물에 와 있는 그리하여 어떤 질서와 법칙을 드러내는 절대존재를 모른다는 것이다.

이 말은 그리하여 나는 그 절대존재와 관계되어 있는 이 세계를 (적어도
다는) 모른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 시가 제 표면에서 들려주는 말이다.

나는 세계를 모른다. 즉 나는 떨어지는 잎을 모르고, 푸른 하늘을 모르고,

나무와 이끼와 탑 위 하늘을 스쳐가는 향기의 정체를 모른다.
시냇물의 정체를 모르고 저녁놀의 정체를 모른다.
그러나 그뿐이 아니다. 나는 그리하여
다 타고 난 재가 다시 기름이 되어 오늘을 불사르는 것처럼,
오늘이라는 이 삶을 태우고 있는 나의 가슴, 나의 얼이 그 ‘무엇’을 위하여 타오르고 있는지 모른다.



이 시의 한가지 매력은 이 동일화를 가능하게 하는 시라는 데에 있다.

시인의 괴로운 질문은 바로 나의 질문이 아니고 무었이겠는가?
그리하여
나는 이 시를 절대 남이 쓴 것이라 생각할 수 없다. 한용운 개인의 작품
이라 생각할 수 없다.
이것을 읽고 있는 동안, 이것을 음미하는 동안 이것은
분명 나의 질문이요, 나의 괴로움이다.



화룡점정-이 시의 마침표는 바로 ‘알 수 없어요’ 라는 말에 있다.

이걸 제목으로 적어놓지 않았다면 이 용(龍)의 그림은 미완성이다.

‘알 수 없어요’ 라고 답을 제시한 것 같지만, 그리하여 문을 닫은 것 같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시인은 이것으로 또 다른 문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 문을
다 열고 그 문이 열어놓는 명상의 세계로 나아가야 하는 소임의 임자는 바로 우리다.
‘알 수 없어요’-이 다섯 글자는 명상에의 초대가 아니고 무엇이랴. ‘옴 마니 팟메 훔(연꽃 속의 보석이여)’처럼
이 다섯 글자는 나의 눈길을
책에서 창 밖의 잎과 하늘과 꽃향과 나비로 향하게 한다. - Website에서 펌.



※화룡점정(畵龍點睛)- (용을 그리는데 마지막에 눈을 그려 넣어 완성시킨다는 뜻)
‘무슨 일을 하는데 가장 긴한 부분을 마치어서 완성시킴’을 이르는 말. '최후의 완성'을 가리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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