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집/ 박제천

2007.03.12 04:46

유봉희 조회 수:680 추천:78

  북의 집

박 제 천


큰 비 내린다
은빛 북채가 먼 남쪽 하늘을 눈시리게 후려치고,
그때마다 그 여자 마음 속 북이 돌바닥을 치듯
장, 장, 울린다

누군가 큰 비 내린다
은빛 북채가 먼 남쪽 하늘을 눈부시게 보여주고
그때마다 돌들의 결마다 메아리치는 북소리
당, 당, 울린다

큰 비 내린다
하필이면 그 여자는
왜 돌집 속에 북 한 채 걸어두었을까

큰 비 내린다
빗속에 북소리 들려온다
북이 된 소도 말도 양도 무리져 흘러다닌다
북이 된 물고기들도 빗속을 떠다닌다
북이 된 온갖 나무들이 빗속으로 돌아다닌다

나도 혼자 오래 앉아
큰 비를 북채 삼아
맨가슴을 북으로 만들어, 흠뻑
소리로 적신다, 탁 타악 타닥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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