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이 함께 떠 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너와 내가 ‘ㅇ’과 ‘ㅇ’ 으로 만나서, ‘ㅇ’과 ‘ㅇ’ 이
서로를 당겨 포개는 그 타이밍에 솟아오르는 일출의 말.
“응”! 감히 그 말의 속살을 드러냈으나, 오호! 참 천연덕스럽다.
고해상도(?)의 돋보기를 들고 다니며 꽃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 취미인 분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꽃 속에 놀라운 균형이 있다고 개양귀비꽃 앞에서 웃었다. 균형은 타이밍이다.
일어난 것이고, 사라진다. 모든 순간은 미완이자 완성이고, 완성이자 미완이다.
그 어름에서 진리를 보는 사람이 있고, 신을 보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랑의 시인은
거기서 “응” 을 발견했다. 그리고 ‘ㅇ’과 ‘ㅇ’ 사이에 수평선을 놓음으로써 그 섭리를 보존했다.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