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짚모자 / 박제천

2010.11.25 06:50

유봉희 조회 수:719 추천: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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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짚모자
박 제 천
밀짚모자 영사관을 아시는지요
토막 낸 16밀리 영화필름으로 양태를 두른 밀짚모자
그 모자 덮어쓰면, 차르르 돌아가는 햇빛영사기,
내 머릿속 내 일생은 아랑곳없이 밀쳐내고
영화 한편 돌아갑니다

한 남자에 두 여자거나 한 여자에 두 남자
그도 아니면 환과고독 하나같이
멋지고 슬픈, 비극이고 희극인 인생이랍니다

세상에 나지 말라 그 죽기가 괴로우니
세상을 버리지 말라 새로 나기가 괴로우니
더 줄이면, 죽기도 살기도 모두 괴로워라
원효스님의 한 말씀 생각납니다

나도 한 말씀, 죽고 삶을 나눔이 부질없는 일
기분나면 영화 필름 갈아 끼고
마음대로 인생을 골라 사는 이 재미

그 밀짚모자, 40년 지난
오늘, 내 추억 모니터에 나타났어요
오늘부터 저 밀짚모자, 잠잘 때마다 쓰고 자렵니다


박제천 / 달마나무 / 열두번째 詩集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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