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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쿼할라 캐년에 가서 그녀를 만나 보시겠어요?
유 봉 희


밖은 눈 시린 오월,
후드득 고드름 떨어지는
캄캄한 오셀로의 세 번째 터널을 지나서
갑자기 죽비를 맞은 듯 물소리에 깨어나면
길고 풍성한 푸른 머리 계곡 밑으로 풀고, 십 년을
거꾸로 서서 사는 그녀를 만나실 수 있지요

무슨 팔자 저럴까 사람들이 혀를 차지만
수직으로 올라간 바위틈에 발을 넣고
흐르는 듯 넘어간 몸체는 폭포를 닮고요
계곡 물소리로 담금질하고 있는 가지는
뛰어오르는 물고기처럼 힘차고요
잎들은 물보라에 간지럼을 타고 있어요
이웃 나무들은 공중을 향해 애 타는 발걸음이지만
그녀는 못 본 듯, 다른 길도 있다는 듯
거꾸로 서서 청청하게 살고 있어요

   록키 산에서 내려오며
   벤쿠버를 120km쯤 앞두고 조그만 이 도시의 이름이
   왜 호프(Hope)일까 조금 망설여지면
   마을 옆 코퀴할라 캐년에 가서
   느낌표처럼 거꾸로 서서 살면서
   늘 푸른 그녀를 만나보세요



* 오델로 터널(Othello Quintette Tunnels)은 5개의 터널로 이루어져있다.
이 터널 건너편에는 유명한 코퀴할라(Coquihalla Canyon) 강이 있다.



 - 유키구라모토의 medi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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