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 우리… 4-9

2012.04.20 22:32

유봉희 조회 수:92 추천: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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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안에 우리

유 봉 희


몇 개의 둔덕으로 이어진 해질녘 언덕
저기, 겨울 바다가 흰 발로 내달린다
큰 뿔 사슴들은 사람에게 관심 없고
그 건너편 철조망 안에 검은 소들
그리고 잠시 차를 멈춘 우리들
마침 석양이 해변 따라 불그레한 선을 그리고 있어
고개를 휘 둘러 보면
사람, 큰뿔 사슴, 검은 소가 둥근 원 안에 있다
우리는 함께 아늑한 우리 안에 들어 있다 그래서일까
옆에 있던 친구가 음매- 한국말로 소 울음을 운다
따로 놀던 소들이 친구 앞으로 걸어온다
통역도 없이, 의심도 없이
저 검은 몸,
언젠가는 뻔뻔스러운 식욕을 다스려야 하는
저 둔박한 발걸음, 왜 멈추지 못하는지
그 순하디 순한 눈을 마주 보고 말았다
결정적인 잘못이다
어느새 석양은 바다로 내리고
우리를 둥그렇게 함께 가두던
아늑한 우리도 보이지 않아
어두워지는 언덕을 하이 빔이 치켜들었다
바다는 아직도 흰 발로 내닫고 있었다




  Schubert - Nacht und Traume D.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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