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으로의 산책 2-8

2012.04.21 02:59

유봉희 조회 수:118 추천:17

화성으로의 산책

유 봉 희


새벽 1시 반, 마을을 벗어나 남쪽으로 길을 잡는다
화성이 6만 년만에 가깝게 오고 있다는 오늘 밤
기적 같은 순간에도 지상은 잠잠하다
조금 더 걸으면 슬쩍 고개 드는 트레일 입구
활짝 펴진 하늘에서 주먹만큼 큰 별 화성을 만난다
망원경을 눈에 대니 빛나던 별의 각들은 무너지고
냉혹한 유혹의 눈, 갈증나던 붉은 색도 슬어지고
만월처럼 둥글게, 작은 접시에 담긴 연노란색 정원엔
검은 점, 점들, 추수 끝난 묵은 논자리 같다

저 분화구 가장자리에
얼음 녹여 물길 내는 빙어 몇 마리 있었으면
그래서 아가미가 산수유처럼 붉어지고 있었으면
그것도 아니면, 태고적 홍수로 얼어붙은 바다 속
아메바 하나 긴 꿈에서 깨어나며
하품하면 좋겠다

저 화성, 바위 전시장엔 때때로 돌풍이 분다지만
지금 싸늘한 바람 속, 이 돌산 저 돌산 걸어가는 사람
보일 듯 보일 듯
내일을 걸어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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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eve Raiman - Dreams
윤병주씨의 사진 ‘화성 탐사
(Exploration of Hwaseong)’ 시리즈. 경기도 화성의 택지개발지역에서 화성 착륙 우주인의 코스프레(costume play, 코스튬 플레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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