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예식… 2-6

2012.04.21 03:02

유봉희 조회 수:100 추천:24

캐나다 록키
  하늘 예식

유 봉 희


솜틀에서 막 뽑아낸 흰 구름이 록키산을 온통 가리고 있다
고개를 구십 도로 꺾어 보면 조금 보일 듯 산의 정수리,
그 높이를 가늠해 보고 멀미를 느낀다
어떤 주술로도 저 구름을 밀어내지 못할 것이니
차라리 눈을 감으면 보인다

저 록키산 및 호수 가에 한 소년 살고 있었네
얼굴을 만년설처럼 희디희고
눈동자 록키산 위에 뜨는 별처럼 맑게 빛났네
그 소년 날마다 해 뜨고 달 스러질 때까지 물가를
걷다가 청담빛 호수물 물들어 푸른 발목이 되었네
찰랑찰랑 물소리 달고 걷던 어느 날
그 소년 겨드랑 밑에 날개가 새순처럼 돋아났다네
그 날개 감출 수 없을 만큼 자꾸 자랐다네
이제 갈 곳은 록키산의 우듬지 하늘 닿는 그 곳 뿐이라고
소년은 생각했네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었나 보네
그러나 하늘의 신령한 분들 구름 속에 앉아서
소년에게 간절히 부탁했네 날개는 떼어놓고
다시 땅으로 내려 가라 하네
가서 푸른 발로 넓게 땅을 밟으면
가는 곳마다 맑은 물, 솟을 것이라 했네.


드디어 구름 걷혔다
록키산 우듬지에
만년설로 떨어져 있는 소년의 날개
햇살에 반짝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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