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시 /고원
2008.02.09 03:27
오늘은 멀고 /고원
오늘은 멀고
오늘보다 먼저
내일이 오는 지점에
꽃냄새를 맡듯이
마음이 멎는다
꽃냄새는 없는데
자리는 비었는데...
거기엔 분명히 와야 할
아무도 아무 것도 오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은 다만 마음으로서
한결 충만해짐을 느끼는 것일까?
풍만한 게 아니라 꽉 차 버리는
포말(泡沫)의 포화 상태!
그것은 밀리고 밀린
‘미움’의 포화(飽和).
사랑스러워서
사랑하고 싶어서
모든 가슴에 사무친
미움을 노래한 시를 쓴다면
이 순간에도 여유가 생길까보다,
기억으로 통하는
아름다운 별들의
밝은 공간.
이런 때 갑자기 자지러지게
울음을 토하는 귀뚜라미 소리는
단절이 없이 숨이 막힐 뿐.
땅에는 갔어야 할 어제의
무거운 그림자가 우둔한 채.
또다시 오늘은 멀고
내일이 멀리
머리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