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여
그 어딘가 벌판에 떨어뜨려다오
나 모래알 하나로 가 얹히리라
쌓여 있는 그들이 침묵하듯
부서진 뼈들에 섞여
세어도 끝없는 별들을 헤아리고
뙤약볕 아래 묻혀가는
무한의 모래들을 지켜볼 거야
한 오백 년쯤이야
후딱 지나겠지
생애 마침표로 와 묻히는 사연은
저 떠난 곳으론 돌아갈 수 없어
그림자 그려놓고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것인지도 몰라
허물린 둔덕에도 여우는 굴을 파고
전갈자리 짝 찾아가는 능선 너머
하염없이 마냥 앞서 가는
저어 긴 긴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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