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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향 (夕香)
이주희
하늘이 뜸을 들인다
펄펄 끓었던 태양을 내리고
풍경소리 매달린
처마 밑까지 붉게
붉게 물들이며 숙성 시킨다
땅위에 머리 뉠 곳을 찾는
생명들의 낡은 기억에서
그리움으로 남는
오래묵은 장맛과도 같은
발효된 향과 빛깔들
수줍음으로 타오르던 뺨
저리도록 꽃물 들었던 손가락
헤어짐으로 붉혔던 눈시울
노을을 향해 짖어대던 개
아이를 부르던 누군가의 목소리
울타리 허물며 번지던
밥 익는 냄새
오늘도 하루가 뜸 드는 저녁
아, 그때의 그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