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솜 다비

2012.12.05 12:47

이주희 조회 수:1118 추천:111



다솜 다비 / 이주희


    떠나가십시오
    본디 당신은 봄에서 왔으니
    남쪽으로 머릴 두고
    저리 잘게 부서져 만난 모래사막으로 
    흰나비 되어 가십시오
    
    귀엣말 가득한 연서戀書 불사르니
    한줌이어서 가엾어라
    천지사방으로 흩어지는 속살거림
    온갖 사물에 다 걸쳐두고
    광풍으로 떠나려는 미련 
    그러시면 아니 됩니다 
    
    세상 디뎠던 발자국거두며 
    저 마른 계곡 스쳐갈 때
    불 망보던 손마저 흔들어 주려니 
    낯선 모습이 되었을지라도 
    그들과 섞이러 가십시오
    
    알알이 쌓인 저 모래도 
    원래는 다 제 모습이 있었거늘
    휘파람 불면서 그 너른 벌판 
    채우고 채우며 떠났습니다
    
    사랑을 사랑한 이여
    못다 한 말일랑 
    잠시 살갗 스치는 미풍에 전하더라도 
    안녕히 가십시오
    부디 부디
    
    -(소리비)에서-
    -(外地) 2014.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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