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나무 숲

2009.03.14 13:55

이주희 조회 수:2165 추천:290


대나무 숲/ 이주희

    쏴~아

    연두빛 물감을 칠해가는 바람

    달그림자는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다

    하나 둘 잔가지에 걸쳐지는 별

    피리 소리 마디마디 담긴

    대나무 숲으로 가라

    그 날을 위해 꺾이지 않는 일생이

    누울 때를 알아

    꽃을 피워 의기투합 하는 곳으로


    쫘~악

    지조로 사시사철 한 가지 옷만 입고

    일제히 떠나서 단칼에 잘리는 밑둥

    속된 마음이 지옥에 들어서면

    쪼개고 찢어 소쿠리 주는

    대나무 숲으로 가라

    낚싯대가 명상을 낚아 올리고

    선비의 덕성이 붓끝에서

    되살아나는 곳으로



    -(머리 깎는 채송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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