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숲/ 이주희
쏴~아
연두빛 물감을 칠해가는 바람
달그림자는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다
하나 둘 잔가지에 걸쳐지는 별
피리 소리 마디마디 담긴
대나무 숲으로 가라
그 날을 위해 꺾이지 않는 일생이
누울 때를 알아
꽃을 피워 의기투합 하는 곳으로
쫘~악
지조로 사시사철 한 가지 옷만 입고
일제히 떠나서 단칼에 잘리는 밑둥
속된 마음이 지옥에 들어서면
쪼개고 찢어 소쿠리 주는
대나무 숲으로 가라
낚싯대가 명상을 낚아 올리고
선비의 덕성이 붓끝에서
되살아나는 곳으로
-(머리 깎는 채송화)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