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적

2011.03.08 11:55

이주희 조회 수:1743 추천:205




    흔적 / 이주희

    여기 하루 저기 하루 덧붙여 꿰매진 조각보처럼
    칸칸 테두리를 벗어나 흩뿌리고 싶은 기억들이
    살아온 자리에 있습니다

    살던 곳을 떠나려 이리저리 부딪치다 긁혀진 가구처럼
    아물어도 찌꺼기로 남아있는 흉터는
    살아온 스침에 있습니다

    삶이 무거워 서류 위로 휘갈긴 누군가의 사인처럼
    서글피 바라보는 우리들의 가여운 허물들이
    지내온 자취에 있습니다

    위태롭게 외발서서 비상을 준비하는 두루미처럼
    어쩌다가 그리 된 경계의 그림자는
    걸어온 길목에 있습니다

    앙상하게 뼈 남기며 시간 뜯어내는 일일 달력처럼
    어제 간 길을 또 가야 하는 시계 분침의 순간들이
    지난 세월에 있습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무릎잡고 울던 시절처럼
    쓰러져도 일어나야할 내 삶의 몫이
    낡은 가슴에 있습니다

    부귀영화 꿈꾸며 이부자리에 든 것처럼
    깨어나면 사라질 어수선한 꿈들이
    물 흐르듯 지워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일을 향하여
    남겨졌던 모든 인연과 사물의 흔적들이
    지워지고 있습니다.

    -(머리 깎는 채송화)에서-

    Trace / Lee, JooHee


    Here a day, there a day
    Like pieces patched wrapping cloth
    Escape from every square
    Feel like sowing seed memories
    Are lingering on my past living.

    To leave from the present place
    Like the furniture scratched by contact
    Even it is healed still the scars left as dregs
    Are lingering on my past living.

    Because of hard living
    As someone's scribbled autograph
    Sadly watching our pitiful errors
    Are at the past traces.

    Standing on one leg in danger
    As a crane preparing to take off
    Unexpectedly happened watchful shadows
    Are at the past corner.

    Leaving haggard bones
    Like tearing off daily calendar
    Must go again and again where I went yesterday
    Moments of watch's minute hand
    Are at the past time.

    Tripped over the jagged stone
    When cried holding knees
    My portion of life after fell down but had to rise
    Is at the wasted heart.

    As hit the sack dreaming riches and honors
    To wake up find disappearing
    Confusing dreams
    Are wiping off as flowing water.

    Until now not even once
    Toward matters never existed
    And existed all the relations and traces of matters
    Are now erasing.

    -(소리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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