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택배
2009.06.01 07:18
아주 특별한 택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공순혜
“어머니, 희정인데요, 곧 택배 도착할 테니 집에 계세요.”
딸 수현이가 보낸 택배를 풀어보고 있을 때 며느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전화를 받고, 택배를 받고 보내고 정신없이 바쁘고 기분 좋고 즐거운 달이다. 연초록 일들도 산으로 들로 나오라고 손짓한다. 그래서 갈 곳도 많다.
며칠 전 서울 남산, 북악 스카이웨이, 양주 땅 구리시 검암산 밑 동구릉, 남양주에 있는 수종사, 강원도 춘천시의 남이섬, 홍천 수타사, 오봉산에 안겨 소양댐에 그림같이 어울리는 청평사 등을 다녀왔다. 청평사 가는 길엔 소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가 숲을 이뤄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숨결을 만끽할 수 있었다.
성당 올라가는 길가 초라한 담장에도 장미꽃은 화사하게 피어 그 빨간 선홍빛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리 집 골목길 화선이 형님네 집 울타리 너머에도 파리똥이 빨갛게 익어가고, 목소리 큰 할머니 집 녹슨 양철 대문 위에도 장미는 진한 향기를 내며 장미 정원을 만들고 있다. 앞집 새댁 울안에도 석류꽃이 작은 아씨들 모임인 양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잎과 꽃들이 자태를 뽐내는 이 5월에 자식들에게서 온 택배를 풀어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딸 수현이는 작은 장미꽃 모양의 비누를 한 상자 가득 보냈다. 장미꽃 향기가 나는 비누로 항상 깨끗이 씻고 다니라며 하트 모양의 장난감에 ‘엄마 사랑해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라는 편지와 함께 약간의 용돈도 함께 보냈다. 점심때가 되어 식사라도 해보려고 이것저것 챙기고 있는데 인터폰이 울렸다. “누구세요?” 하니 “택배요.” 했다. 며느리 희정이가 보낸 택배인데 택배원 목소리가 앳된 여자 목소리였다. 순간 경제가 어려우니 여자도 택배를 하나보다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며느리 희정이가 서있지 않은가? 내 눈을 의심하며 깜짝 놀랐다.
항상 시간에 쫓기고 전주에 한 번 오려면 몇 주 전부터 스케줄 조정해야 하는 며느리가 저 혼자 전주에 온다는 것은 생각도 못한 일이다.
양손 가득 든 물건들을 내려놓고 ‘어머니 택배요!’ 하며 내 품에 안기는 것이 아닌가. “어머니! 아들이 안와서 섭섭하시지요?” 하며 정환 씨는 아무리 스케줄을 조정하려 해도 안돼서 저 혼자 왔다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 시어머니는 얼마나 며느리하고 단 둘이 데이트를 원했는데 오늘에야 이루어 졌구나 하며 우리는 회포를 풀었다.
오늘 나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귀한 택배를 받았다. 꽃들이 만발하여 눈부신 화원을 만든다 해도 어찌 사람 꽃에 비하겠는가. 사람보다 더 예쁜 꽃은 없다.
우리는 백화점엘 갔다. 가는 도중 차 안에서 희정이는 어머니는 언제 책을 만들어 출판기념회를 하실 계획이냐고 물었다. 앞에 앉은 택시기사분이 글을 쓰시냐며 자기가 요새 최명희의 소설 ‘혼불’을 읽는데 ‘눈이 소살소살 내리고 있다’라는 구절이 있어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다며 무슨 뜻이냐고 물렀다. 무식(無識)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눈이 조금씩 살살 오는 모습을 작가가 의성어(擬聲語)표기법으로 쓴 것 같다며 내 딴엔 그럴싸하게 설명을 했었다. 기사는 역시 글 쓰는 분이라 잘 아신다며 만족해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자랑스러운 듯 등단하신 작가라며 고창 시상식 때 이야기를 신나게 소개하였다. 어설픈 글을 쓰는 나는 민망하기만 했다. 이렇게 우리의 데이트는 택시기사까지 동참한 가운데 5월의 푸르름 같이 푸르고 생기가 넘치며 즐겁기만 했다. 쇼핑이 끝나고 며느리는 수원으로 가면서 나에게 카드 한 장을 건네주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희정이에요.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주중(週中)이라 오늘은 전화만 드리고 주말에 찾아뵈려고요. 저는 다행히 스케줄 조정이 되었는데 정환 씨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정환 씨 못 찾아뵈어도 조금만 섭섭해 하세요. 큰 미래를 위해서 힘쓰고 있다고 생각해 주실 거라고 믿어요.
제가 전주에 가서 서프라이즈 해드리면 얼마나 기뻐하실지 너무 기대가 돼요. 어제 늦게까지 통화해서 오늘 일부러 오후에 연락 드렸는데 선물만 보낸다고 하니 섭섭해 하시는 것 같아서 전주에 갈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꾸욱~ 참았습니다. 가서 기쁘게 해드리려고요.
어머니, 혹시 눈치 채셨어요? 제가 주말 스케줄 계속 체크해서 갔는데 혹시 안계시거나 바쁘신 일 있으실까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지난주부터 홍삼도 골라보고 목요일 날 수필반에 가셔서 회원들과 나누어 드시면 좋을 것 같은 떡도 주문했습니다. 물론 용돈도 많이 드려야죠.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예쁜 장미꽃 화분도 가져갈게요. [감사드릴 수 있는 어머니가 계셔서 행복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 희정 올림.
나는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성실하고 지혜롭고 슬기롭고 센스 있는 며느리를 보내주신 하느님께 두 손 모아 감사를 드린다. 특별한 택배를 보내준 우리 며느리 희정아! 사랑한다!
며느리를 사랑하는 시어머니가 이 글을 보낸다.
(2009.5.9.)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공순혜
“어머니, 희정인데요, 곧 택배 도착할 테니 집에 계세요.”
딸 수현이가 보낸 택배를 풀어보고 있을 때 며느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전화를 받고, 택배를 받고 보내고 정신없이 바쁘고 기분 좋고 즐거운 달이다. 연초록 일들도 산으로 들로 나오라고 손짓한다. 그래서 갈 곳도 많다.
며칠 전 서울 남산, 북악 스카이웨이, 양주 땅 구리시 검암산 밑 동구릉, 남양주에 있는 수종사, 강원도 춘천시의 남이섬, 홍천 수타사, 오봉산에 안겨 소양댐에 그림같이 어울리는 청평사 등을 다녀왔다. 청평사 가는 길엔 소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가 숲을 이뤄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숨결을 만끽할 수 있었다.
성당 올라가는 길가 초라한 담장에도 장미꽃은 화사하게 피어 그 빨간 선홍빛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리 집 골목길 화선이 형님네 집 울타리 너머에도 파리똥이 빨갛게 익어가고, 목소리 큰 할머니 집 녹슨 양철 대문 위에도 장미는 진한 향기를 내며 장미 정원을 만들고 있다. 앞집 새댁 울안에도 석류꽃이 작은 아씨들 모임인 양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잎과 꽃들이 자태를 뽐내는 이 5월에 자식들에게서 온 택배를 풀어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딸 수현이는 작은 장미꽃 모양의 비누를 한 상자 가득 보냈다. 장미꽃 향기가 나는 비누로 항상 깨끗이 씻고 다니라며 하트 모양의 장난감에 ‘엄마 사랑해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라는 편지와 함께 약간의 용돈도 함께 보냈다. 점심때가 되어 식사라도 해보려고 이것저것 챙기고 있는데 인터폰이 울렸다. “누구세요?” 하니 “택배요.” 했다. 며느리 희정이가 보낸 택배인데 택배원 목소리가 앳된 여자 목소리였다. 순간 경제가 어려우니 여자도 택배를 하나보다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며느리 희정이가 서있지 않은가? 내 눈을 의심하며 깜짝 놀랐다.
항상 시간에 쫓기고 전주에 한 번 오려면 몇 주 전부터 스케줄 조정해야 하는 며느리가 저 혼자 전주에 온다는 것은 생각도 못한 일이다.
양손 가득 든 물건들을 내려놓고 ‘어머니 택배요!’ 하며 내 품에 안기는 것이 아닌가. “어머니! 아들이 안와서 섭섭하시지요?” 하며 정환 씨는 아무리 스케줄을 조정하려 해도 안돼서 저 혼자 왔다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 시어머니는 얼마나 며느리하고 단 둘이 데이트를 원했는데 오늘에야 이루어 졌구나 하며 우리는 회포를 풀었다.
오늘 나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귀한 택배를 받았다. 꽃들이 만발하여 눈부신 화원을 만든다 해도 어찌 사람 꽃에 비하겠는가. 사람보다 더 예쁜 꽃은 없다.
우리는 백화점엘 갔다. 가는 도중 차 안에서 희정이는 어머니는 언제 책을 만들어 출판기념회를 하실 계획이냐고 물었다. 앞에 앉은 택시기사분이 글을 쓰시냐며 자기가 요새 최명희의 소설 ‘혼불’을 읽는데 ‘눈이 소살소살 내리고 있다’라는 구절이 있어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다며 무슨 뜻이냐고 물렀다. 무식(無識)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눈이 조금씩 살살 오는 모습을 작가가 의성어(擬聲語)표기법으로 쓴 것 같다며 내 딴엔 그럴싸하게 설명을 했었다. 기사는 역시 글 쓰는 분이라 잘 아신다며 만족해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자랑스러운 듯 등단하신 작가라며 고창 시상식 때 이야기를 신나게 소개하였다. 어설픈 글을 쓰는 나는 민망하기만 했다. 이렇게 우리의 데이트는 택시기사까지 동참한 가운데 5월의 푸르름 같이 푸르고 생기가 넘치며 즐겁기만 했다. 쇼핑이 끝나고 며느리는 수원으로 가면서 나에게 카드 한 장을 건네주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희정이에요.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주중(週中)이라 오늘은 전화만 드리고 주말에 찾아뵈려고요. 저는 다행히 스케줄 조정이 되었는데 정환 씨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정환 씨 못 찾아뵈어도 조금만 섭섭해 하세요. 큰 미래를 위해서 힘쓰고 있다고 생각해 주실 거라고 믿어요.
제가 전주에 가서 서프라이즈 해드리면 얼마나 기뻐하실지 너무 기대가 돼요. 어제 늦게까지 통화해서 오늘 일부러 오후에 연락 드렸는데 선물만 보낸다고 하니 섭섭해 하시는 것 같아서 전주에 갈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꾸욱~ 참았습니다. 가서 기쁘게 해드리려고요.
어머니, 혹시 눈치 채셨어요? 제가 주말 스케줄 계속 체크해서 갔는데 혹시 안계시거나 바쁘신 일 있으실까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지난주부터 홍삼도 골라보고 목요일 날 수필반에 가셔서 회원들과 나누어 드시면 좋을 것 같은 떡도 주문했습니다. 물론 용돈도 많이 드려야죠.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예쁜 장미꽃 화분도 가져갈게요. [감사드릴 수 있는 어머니가 계셔서 행복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 희정 올림.
나는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성실하고 지혜롭고 슬기롭고 센스 있는 며느리를 보내주신 하느님께 두 손 모아 감사를 드린다. 특별한 택배를 보내준 우리 며느리 희정아! 사랑한다!
며느리를 사랑하는 시어머니가 이 글을 보낸다.
(200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