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합창

2009.06.30 00:34

정용진 조회 수:1241 추천:348


                         정용진

산은 높고
물은 굽이쳐 흐르고
바람은 맑고
밤마다 밝은 달빛.

산마을에는
천지사방에서
하객들이 몰려온다.
삼경(三更)이면
꼬끼오 꼬끼오 장 닭이
홰를 치며 새벽을 깨우고

이른 아침이면 까치 한 쌍이
문 앞 아카시아 나무에 올라
깍 깍 깍
오늘은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알려주는구나.
꾀꼬리는
꾀꼴 꾀꼴 동산에 올라
아침 찬양을 하네.

한 낮에는
꽥- 꽥- 꽥- 공작이
애절하게 짝을 찾고
산 위에서는 꼬공 꼬공 장끼가
임을 부르는 소리.

도야지는 배가 고픈가.
우리 안에서 꿀 꿀 꿀...
산 토끼는 덩달아
잔디밭에서 깡충 깡충
뛰어 노는구나.

지렁이도 꾸부렁 꾸부렁
벅찬 걸음으로 따라 나서고
숲길에서는
꿈틀 꿈틀 실뱀도
고고 춤을 추는데
강아지도 깨갱 깨갱
가락을 뽑네.

날이 저무니
웅덩이에서는
개굴개굴 개구리가
저녁 송을 합창하고
산그늘을 밟고 온
갈가마귀 떼들이
까악 까악 소리 높여
저문 하늘을 맴도는구나.

어쩌면 이들은 하나같이
세종대왕의 한글을
기역자로만 노래하는지?

산촌에 밤이 깊어가나니
이제 나도 침상에 들어
너와의 고운 꿈을 엮으리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84 나의 시 정용진 2003.02.25 496
883 시 인 정용진 2003.02.25 499
882 사 랑 정용진 2003.02.25 543
881 가로등 정용진 2003.02.25 543
880 정용진 2003.02.25 555
879 정전(停電) 정용진 2003.02.25 514
878 자화상 정용진 2003.02.25 539
877 농부의 일기 정용진 2003.02.25 466
876 정용진 2003.02.25 506
875 잠언(箴言) 정용진 2003.02.26 476
874 금강산 정용진 2003.02.26 497
873 구룡폭포 정용진 2003.02.26 520
872 해금강 정용진 2003.02.26 485
871 여강(驪江) 정용진 2003.02.26 489
870 한얼의 횃불을 높이 들며 (한인 이민백년사 서시) 정용진 2003.02.28 582
869 정용진 2003.02.28 484
868 옥수수 정용진 2003.02.28 492
867 동백(冬柏) 정용진 2003.02.28 546
866 산수유(山茱萸) 정용진 2003.02.28 499
865 남도 꽃길 정용진 2003.02.28 767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2.14

오늘:
2
어제:
1
전체:
291,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