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합창
2009.06.30 00:34
정용진
산은 높고
물은 굽이쳐 흐르고
바람은 맑고
밤마다 밝은 달빛.
산마을에는
천지사방에서
하객들이 몰려온다.
삼경(三更)이면
꼬끼오 꼬끼오 장 닭이
홰를 치며 새벽을 깨우고
이른 아침이면 까치 한 쌍이
문 앞 아카시아 나무에 올라
깍 깍 깍
오늘은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알려주는구나.
꾀꼬리는
꾀꼴 꾀꼴 동산에 올라
아침 찬양을 하네.
한 낮에는
꽥- 꽥- 꽥- 공작이
애절하게 짝을 찾고
산 위에서는 꼬공 꼬공 장끼가
임을 부르는 소리.
도야지는 배가 고픈가.
우리 안에서 꿀 꿀 꿀...
산 토끼는 덩달아
잔디밭에서 깡충 깡충
뛰어 노는구나.
지렁이도 꾸부렁 꾸부렁
벅찬 걸음으로 따라 나서고
숲길에서는
꿈틀 꿈틀 실뱀도
고고 춤을 추는데
강아지도 깨갱 깨갱
가락을 뽑네.
날이 저무니
웅덩이에서는
개굴개굴 개구리가
저녁 송을 합창하고
산그늘을 밟고 온
갈가마귀 떼들이
까악 까악 소리 높여
저문 하늘을 맴도는구나.
어쩌면 이들은 하나같이
세종대왕의 한글을
기역자로만 노래하는지?
산촌에 밤이 깊어가나니
이제 나도 침상에 들어
너와의 고운 꿈을 엮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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