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독
2009.11.28 01:21
정용진
장독대에 서면
정성의 손때로
서슬이 닳은 빈 독에서
조모님의 기침 소리가 들린다.
대를 이어 내려온 손맛
가전(家傳)비법을 다 전해주고
돌담장 헐린 울 가에 서서
철모르는 후손들이
깊게 잠든 한여름 밤
공허했던 빈 가슴을
소리 없이 내리는 찬비로
가득 채우시는 조모님.
삼경(三更)이면
별들이 내려와 목욕을 한다.
홀로 서서 지켜보며
낡아가는 하현(下弦)달.
곁에서는
새 며느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떨며 가슴을 비우는
또 하나의
항아리가 된다.
장독대에 서면
정성의 손때로
서슬이 닳은 빈 독에서
조모님의 기침 소리가 들린다.
대를 이어 내려온 손맛
가전(家傳)비법을 다 전해주고
돌담장 헐린 울 가에 서서
철모르는 후손들이
깊게 잠든 한여름 밤
공허했던 빈 가슴을
소리 없이 내리는 찬비로
가득 채우시는 조모님.
삼경(三更)이면
별들이 내려와 목욕을 한다.
홀로 서서 지켜보며
낡아가는 하현(下弦)달.
곁에서는
새 며느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떨며 가슴을 비우는
또 하나의
항아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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