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2009.12.03 22:27
정용진
나무가 옷을 벗고 있다.
한 여름
햇빛에 바래고
땀 먼지에 쩔은
헌옷을 벗고 있다.
봄에는 꽃, 여름에는 열매
가을에는 향기를 달고
늦가을 서리를 맞아
얼굴과 손이 붉어진 채
지닌 모두를 털어버리며
발가벗고 있다.
주름진 잔등
가슴 깊숙이 패인
성숙의 연륜.
나무는
겨울눈 찬바람 속에
알몸으로 서서
또 하나의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고 있다.
빈 가슴으로
신 앞에 겸허히 서는
나무의 겸손.
낙엽으로 말 하는 나무
툭 툭 툭
자신을 벗어 던지는 손길에
가득히 고이는
사랑의 온기(溫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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