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2일/김상권
2010.01.06 15:00
12월 32일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김상권
31 다음에 오는 숫자는 말할 것도 없이 32다. 그러면 12월 31일 다음날은 12월 32일이 돼야 맞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들은 12월 32일을 새해 1월 1일이라 부른다.
하루는 한낮과 한밤이 지나는 동안 대개 자정(子正)에서 다음날 자정까지를 이른다고 국어사전에서는 밝히고 있다. 1초 앞은 2009년이었고 1초 뒤는 2010년이다. 1초 사이를 두고 지난해와 새해로 구분한다. 어제와 오늘로, 과거와 현재로도 나뉜다.
어제의 해넘이 태양과 오늘의 해돋이 태양은 같다. 자연 현상은 그대로다. 그런데 우리들은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여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한다. 과거, 현재, 미래라고 하면 각각 단절된 것처럼 느껴지는데 실제로 시간은 연속인 것이다.
아이들은 어제까지가 기축년(己丑年)이었고 오늘부터 경인년(庚寅年)이란 것도 모른다. 해가 뜨면 활동하고 해가 지면 잠을 자면 된다. 그날이 그날이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내일이 있는 것도 모를 것이다. 그러니 내일이 관심 밖이며 걱정도 없다. 그러나 어른들은 새해를 맞이하며 계획도 세우고 소망도 하고 앞날을 걱정하기도 한다.
어렸을 적 나는 새해가 오는 것을 좋아했다. 세뱃돈과 설빔이 생겨서 좋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는 새해가 두렵다. 나이가 한 살 보태지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마냥 2009년에 매달릴 수는 없지 않은가. 시간이 가는 걸 막을 수도 없고 오는 새해를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내가 원치 않아도 새해는 밝아온다.
새해가 되면 다들 한두 가지 결심을 한다. 나도 어김없이 새해의 설계를 했다. 이를테면 제일 먼저 건강에 관심을 갖고, 하루에 좋은 수필 세 편을 읽고, 한 달에 두 편의 수필을 쓰자. 그리고 전에 하다가 중단했던 사군자를 다시 시작하자.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나 스스로 다짐했다.
2010년은 60년 만에 돌아오는 경인년백 호랑이'의 해다. 올해 태어나는 호랑이띠들은 많은 복을 받고 태어난다고 한다. 딸아이 현진이가 다가오는 3월이 출산 달이다. 호랑이띠는 대개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용감하며, 배짱이 있고 의리가 있으며, 초지일관하는 성품이 있다고 한다. 태어날 아이의 앞날을 미리 축복해 주고 싶다.
2010년은 경술국치(庚戌國恥) 이른바 대한제국이 일본에 강제 병합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0주년, 4⋅19혁명 50주년, 전태일 열사 분신 40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의 해이기도 하다. 과거를 뒤돌아보며 곰곰이 생각해 볼일이다. 과거는 사라지거나 묻혀버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는 역사는 발전하지 못한다. 싫든 좋든 과거가 있었기에 오늘이 있고 미래가 있는 것이다. 과거를 거울삼아 새로운 의미를 찾아야 할 때다.
12월 말일을 31일이 아닌 32일로 하면 어떨까? 차라리 한 달의 날수를 1,2일 늘렸으면 좋겠다. 그러면 1년의 날 수가 늘어나면서 세월도 늦춰지지 않을까 해서다. 그러나 날 수가 많아지면 1년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나태해지고 게을러지지는 않을까. 지금의 달력은 고대로부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원래 고대 로마에서는 1년이 10개월이었는데 기원전 700년경 1월과 2월이 추가되어 열두 달이 되었다. 3월부터 1년이 시작되었으나, 기원전 46년에 달력을 개정하여 1월을 1년의 시작으로 삼았다. 1월은일의 시작, 입구, 문'이란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이란 뜻을 가진 접두사새'에 대해 살펴보자. 새해, 새달, 새날, 새 달력, 새 학기, 새 책, 새 옷, 새 집, 새 차, 새댁, 새색시, 새살림, 새벽, 새싹 새파랗다 등은 무언가 산뜻하면서도 나태해서는 안 될 것 같은 신선한 느낌이 묻어나는 말들이다. 이러한 말들처럼 나도 새해 첫날부터 새롭게 그리고 산뜻하게 시작하고 싶다. 설사 새해 첫날의 결심이 물거품이 된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2월, 3월……이 있지 않은가. 좋은 결심은 언제라도 상관없지 않을까. 잠시 쉬었다가 몸과 마음과 정신을 추스르고 나서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말이다.
나는 모든 방은 물론 거실, 화장실에까지 달력을 걸었다. 화장실에 달력을 걸어 놓은 건 처음이다. 이유가 있다. 달력을 바라보면서 오늘 할 일을 생각하기 위해서다. 내일은 생각하지 말자. 오늘이 가장 소중하니까.
새해 첫날인 오늘 하루가 가고 있다.하루 물림이 열흘 간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 말은 한 번 뒤로 미루기 시작하면 자꾸 더 미루게 된다는 뜻이다. 나는 하루 물림이 열흘 가지 않도록 계획대로 실천하련다. 나는 오늘이 2009년 12월 32일이라고 믿고 싶다.
(2010. 1. 1.)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김상권
31 다음에 오는 숫자는 말할 것도 없이 32다. 그러면 12월 31일 다음날은 12월 32일이 돼야 맞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들은 12월 32일을 새해 1월 1일이라 부른다.
하루는 한낮과 한밤이 지나는 동안 대개 자정(子正)에서 다음날 자정까지를 이른다고 국어사전에서는 밝히고 있다. 1초 앞은 2009년이었고 1초 뒤는 2010년이다. 1초 사이를 두고 지난해와 새해로 구분한다. 어제와 오늘로, 과거와 현재로도 나뉜다.
어제의 해넘이 태양과 오늘의 해돋이 태양은 같다. 자연 현상은 그대로다. 그런데 우리들은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여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한다. 과거, 현재, 미래라고 하면 각각 단절된 것처럼 느껴지는데 실제로 시간은 연속인 것이다.
아이들은 어제까지가 기축년(己丑年)이었고 오늘부터 경인년(庚寅年)이란 것도 모른다. 해가 뜨면 활동하고 해가 지면 잠을 자면 된다. 그날이 그날이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내일이 있는 것도 모를 것이다. 그러니 내일이 관심 밖이며 걱정도 없다. 그러나 어른들은 새해를 맞이하며 계획도 세우고 소망도 하고 앞날을 걱정하기도 한다.
어렸을 적 나는 새해가 오는 것을 좋아했다. 세뱃돈과 설빔이 생겨서 좋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는 새해가 두렵다. 나이가 한 살 보태지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마냥 2009년에 매달릴 수는 없지 않은가. 시간이 가는 걸 막을 수도 없고 오는 새해를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내가 원치 않아도 새해는 밝아온다.
새해가 되면 다들 한두 가지 결심을 한다. 나도 어김없이 새해의 설계를 했다. 이를테면 제일 먼저 건강에 관심을 갖고, 하루에 좋은 수필 세 편을 읽고, 한 달에 두 편의 수필을 쓰자. 그리고 전에 하다가 중단했던 사군자를 다시 시작하자.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나 스스로 다짐했다.
2010년은 60년 만에 돌아오는 경인년백 호랑이'의 해다. 올해 태어나는 호랑이띠들은 많은 복을 받고 태어난다고 한다. 딸아이 현진이가 다가오는 3월이 출산 달이다. 호랑이띠는 대개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용감하며, 배짱이 있고 의리가 있으며, 초지일관하는 성품이 있다고 한다. 태어날 아이의 앞날을 미리 축복해 주고 싶다.
2010년은 경술국치(庚戌國恥) 이른바 대한제국이 일본에 강제 병합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0주년, 4⋅19혁명 50주년, 전태일 열사 분신 40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의 해이기도 하다. 과거를 뒤돌아보며 곰곰이 생각해 볼일이다. 과거는 사라지거나 묻혀버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는 역사는 발전하지 못한다. 싫든 좋든 과거가 있었기에 오늘이 있고 미래가 있는 것이다. 과거를 거울삼아 새로운 의미를 찾아야 할 때다.
12월 말일을 31일이 아닌 32일로 하면 어떨까? 차라리 한 달의 날수를 1,2일 늘렸으면 좋겠다. 그러면 1년의 날 수가 늘어나면서 세월도 늦춰지지 않을까 해서다. 그러나 날 수가 많아지면 1년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나태해지고 게을러지지는 않을까. 지금의 달력은 고대로부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원래 고대 로마에서는 1년이 10개월이었는데 기원전 700년경 1월과 2월이 추가되어 열두 달이 되었다. 3월부터 1년이 시작되었으나, 기원전 46년에 달력을 개정하여 1월을 1년의 시작으로 삼았다. 1월은일의 시작, 입구, 문'이란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이란 뜻을 가진 접두사새'에 대해 살펴보자. 새해, 새달, 새날, 새 달력, 새 학기, 새 책, 새 옷, 새 집, 새 차, 새댁, 새색시, 새살림, 새벽, 새싹 새파랗다 등은 무언가 산뜻하면서도 나태해서는 안 될 것 같은 신선한 느낌이 묻어나는 말들이다. 이러한 말들처럼 나도 새해 첫날부터 새롭게 그리고 산뜻하게 시작하고 싶다. 설사 새해 첫날의 결심이 물거품이 된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2월, 3월……이 있지 않은가. 좋은 결심은 언제라도 상관없지 않을까. 잠시 쉬었다가 몸과 마음과 정신을 추스르고 나서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말이다.
나는 모든 방은 물론 거실, 화장실에까지 달력을 걸었다. 화장실에 달력을 걸어 놓은 건 처음이다. 이유가 있다. 달력을 바라보면서 오늘 할 일을 생각하기 위해서다. 내일은 생각하지 말자. 오늘이 가장 소중하니까.
새해 첫날인 오늘 하루가 가고 있다.하루 물림이 열흘 간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 말은 한 번 뒤로 미루기 시작하면 자꾸 더 미루게 된다는 뜻이다. 나는 하루 물림이 열흘 가지 않도록 계획대로 실천하련다. 나는 오늘이 2009년 12월 32일이라고 믿고 싶다.
(2010.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