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임기제/백봉기
2010.01.18 18:30
결혼 임기제
백봉기
우리나라 이혼율이 심각할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2008년 통계에 따르면 한 해에 결혼한 사람은 약 32만 쌍이고 이혼한 사람은 13만 쌍으로 이혼율이 40%를 넘었다. 부끄럽게도 OECD국가 중에서 3위다. 문제는 이혼이 신혼부부에서 40~50대 장년층을 넘어 60~70대 노년층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황혼이혼이 10년 사이에 세배로 증가했고 해가 갈수록 그 증가율이 더 높아진다고 한다.
어느 노인복지관장은 상담자의 상당수가 이성으로부터 무시를 당하고 있으며, 지금이라도 좋은 사람을 만나 편히 살고 싶다는 말을 거침없이 한다고 했다. 이런 말이 있다.
병원에 입원한 70대 노인이 옆에 있는 60대 남자에게 “어떻게 해서 병원에 입원 했나요?”라고 물으니까 “아내에게 밥상차려 달라고 했다가 이렇게 됐습니다.” 라고 대답하니까 70대 노인이 “나는 외출하는 아내에게 어디 가느냐고 물어봤다가 이렇게 됐습니다.”라고 하자,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80대 노인이 “그 정도는 문제가 아니죠, 나는 아침에 눈을 떴다고 이렇게 됐습니다.”라고 했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가 있다.
아내들이 신혼시절이나 젊었을 때 남편으로부터 많은 구박을 받았거나 참으면서 살아야 했던 아픔과 설움이 뒤늦게 폭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니 나도 가끔은 아내로부터 늙으면 보자는 말도 듣고, 늙어서 밥 얻어먹으려면 지금부터 잘 하라는 압력을 받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남자와 여자가 연을 맺고 한 평생을 같이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성싶다.
반면에 한 TV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는 부인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한 남편이 무덤 옆에 천막을 치고 아침저녁으로 아내에게 밥상을 차려주고 무덤을 어루 만져주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소개한 적이 있다.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나는 세 번 주례를 섰다. 한 번은 제자, 또 한 번은 방송국 프리랜서, 그리고 한 번은 초등학교 친구의 딸 결혼식에서 주례를 맡았다. 그 중에 친구의 딸 결혼식에서는 주례사를 하던 중에 “하객 여러분! 두 사람의 앞날을 위해 힘찬 박수를 보내줍시다!” 라고 해야 하는데 “피서객 여러분! 두 사람의 앞날을~~ ”이라고 했다가 폭소를 자아낸 일도 있다.
결혼식에서 신혼부부가 꼭 서약하는 것이 있다. ‘어떠한 경우라도 일생동안 고락을 함께하면서 부부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오직 당신만을 사랑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성격차이로, 시댁 문제로, 잠자리 때문에, 외도로, 폭력으로, 하물며 코골이 때문에 이혼을 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성격과 이상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면서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2010년 새해에 꼭 바라는 희망사항이 있다. 9시뉴스에서 “이혼하지 않으려고 도망 다니던 부부가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인천공항에서 붙잡혔습니다. 두 사람은 가발을 쓰고 있었으며 행선지는 미국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경찰은 그동안의 행적을 조사 중이며 위장살림까지 차렸을 경우 법정 최고형이 불가피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라는 뉴스를 보고 싶다. 이혼을 하지 않으려고 도망을 다니다 경찰에 잡혔다니 무슨 말인가?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혼율을 줄이기 위해 결혼임기제를 시행하자는 이야기다. 대통령의 임기대로 5년으로 하든가 아니면 10년으로 하고 단 1회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는 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연임을 할 경우는 두 사람이 합의하여 동사무소에 신고를 하고, 싫으면 자동적으로 이혼이 되는 것이다.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어도 임기까지만 참으면 되니까 이혼할 필요도 없고, 덕분에 이혼율도 줄어들고, 싫은 사람과 마주보면서 평생을 아등바등 살 필요도 없지 않은가! 기간이 끝나는 마지막 해는 재미있는 일도 많을 것이다. 연임을 결정하는 해이기 때문에 상대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새로운 이성을 찾기 위해 최고의 전략전술을 세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마 백수와 주정뱅이, 도박꾼도 사라질 것이고, 결혼상담소와 좋은 배우자 고르는 법을 가르치는 학원이 많이 생길 것이다.
만일 연임까지 했는데도 죽어도 두 사람이 헤어질 수 없다면 감옥에 갈 각오로 도망 다니면서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혼을 안 하고 위장으로 몰래 만나면서 정을 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괘씸죄로 법정 최고형을 내리거나 현상금을 걸고 수배하면 쉽게 잡힐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외항선을 타거나 위조여권을 만들어 외국으로 도망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끝까지 같이 살고 같이 죽겠다는 사람들, 상상만 해도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이 법은 2010년 2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어야지 그렇지 않고 또 쌈질만 한다면 이번에는 국회의원들을 모두 미국이나 영국 등 민주주의 선진국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백봉기
우리나라 이혼율이 심각할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2008년 통계에 따르면 한 해에 결혼한 사람은 약 32만 쌍이고 이혼한 사람은 13만 쌍으로 이혼율이 40%를 넘었다. 부끄럽게도 OECD국가 중에서 3위다. 문제는 이혼이 신혼부부에서 40~50대 장년층을 넘어 60~70대 노년층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황혼이혼이 10년 사이에 세배로 증가했고 해가 갈수록 그 증가율이 더 높아진다고 한다.
어느 노인복지관장은 상담자의 상당수가 이성으로부터 무시를 당하고 있으며, 지금이라도 좋은 사람을 만나 편히 살고 싶다는 말을 거침없이 한다고 했다. 이런 말이 있다.
병원에 입원한 70대 노인이 옆에 있는 60대 남자에게 “어떻게 해서 병원에 입원 했나요?”라고 물으니까 “아내에게 밥상차려 달라고 했다가 이렇게 됐습니다.” 라고 대답하니까 70대 노인이 “나는 외출하는 아내에게 어디 가느냐고 물어봤다가 이렇게 됐습니다.”라고 하자,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80대 노인이 “그 정도는 문제가 아니죠, 나는 아침에 눈을 떴다고 이렇게 됐습니다.”라고 했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가 있다.
아내들이 신혼시절이나 젊었을 때 남편으로부터 많은 구박을 받았거나 참으면서 살아야 했던 아픔과 설움이 뒤늦게 폭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니 나도 가끔은 아내로부터 늙으면 보자는 말도 듣고, 늙어서 밥 얻어먹으려면 지금부터 잘 하라는 압력을 받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남자와 여자가 연을 맺고 한 평생을 같이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성싶다.
반면에 한 TV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는 부인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한 남편이 무덤 옆에 천막을 치고 아침저녁으로 아내에게 밥상을 차려주고 무덤을 어루 만져주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소개한 적이 있다.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나는 세 번 주례를 섰다. 한 번은 제자, 또 한 번은 방송국 프리랜서, 그리고 한 번은 초등학교 친구의 딸 결혼식에서 주례를 맡았다. 그 중에 친구의 딸 결혼식에서는 주례사를 하던 중에 “하객 여러분! 두 사람의 앞날을 위해 힘찬 박수를 보내줍시다!” 라고 해야 하는데 “피서객 여러분! 두 사람의 앞날을~~ ”이라고 했다가 폭소를 자아낸 일도 있다.
결혼식에서 신혼부부가 꼭 서약하는 것이 있다. ‘어떠한 경우라도 일생동안 고락을 함께하면서 부부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오직 당신만을 사랑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성격차이로, 시댁 문제로, 잠자리 때문에, 외도로, 폭력으로, 하물며 코골이 때문에 이혼을 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성격과 이상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면서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2010년 새해에 꼭 바라는 희망사항이 있다. 9시뉴스에서 “이혼하지 않으려고 도망 다니던 부부가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인천공항에서 붙잡혔습니다. 두 사람은 가발을 쓰고 있었으며 행선지는 미국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경찰은 그동안의 행적을 조사 중이며 위장살림까지 차렸을 경우 법정 최고형이 불가피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라는 뉴스를 보고 싶다. 이혼을 하지 않으려고 도망을 다니다 경찰에 잡혔다니 무슨 말인가?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혼율을 줄이기 위해 결혼임기제를 시행하자는 이야기다. 대통령의 임기대로 5년으로 하든가 아니면 10년으로 하고 단 1회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는 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연임을 할 경우는 두 사람이 합의하여 동사무소에 신고를 하고, 싫으면 자동적으로 이혼이 되는 것이다.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어도 임기까지만 참으면 되니까 이혼할 필요도 없고, 덕분에 이혼율도 줄어들고, 싫은 사람과 마주보면서 평생을 아등바등 살 필요도 없지 않은가! 기간이 끝나는 마지막 해는 재미있는 일도 많을 것이다. 연임을 결정하는 해이기 때문에 상대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새로운 이성을 찾기 위해 최고의 전략전술을 세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마 백수와 주정뱅이, 도박꾼도 사라질 것이고, 결혼상담소와 좋은 배우자 고르는 법을 가르치는 학원이 많이 생길 것이다.
만일 연임까지 했는데도 죽어도 두 사람이 헤어질 수 없다면 감옥에 갈 각오로 도망 다니면서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혼을 안 하고 위장으로 몰래 만나면서 정을 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괘씸죄로 법정 최고형을 내리거나 현상금을 걸고 수배하면 쉽게 잡힐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외항선을 타거나 위조여권을 만들어 외국으로 도망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끝까지 같이 살고 같이 죽겠다는 사람들, 상상만 해도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이 법은 2010년 2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어야지 그렇지 않고 또 쌈질만 한다면 이번에는 국회의원들을 모두 미국이나 영국 등 민주주의 선진국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