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스승의 날/김재희

2010.02.22 16:41

김학 조회 수:114

마지막 스승의 날/행촌수필문학회 김재희



내가 초등학교 4학년까지 살았던 곳은 아주 작은 산골마을이었다. 그 시대에는 꿈은 있으나 펼쳐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 아버지께서는 그런 청년 한 사람을 가르치신 적이 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면 우리 집을 찾아와 아버지에게 글을 배웠다.
어찌나 열심히 배우던지 그것이 기특하고 갸륵해 배우는 사람보다 가르치는 아버지께서 더 그가 오는 주말을 기다리셨다. 그래서 황금 같은 주말에도 어딜 가시지 못했다고 한다. 5년 정도 긴 세월을 꾸준히 다니면서 글을 배우던 그 청년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당당히 국가 공무원이 되었고, 어느덧 반백이 된 지금은 어느 소도시의 선거 관리 사무국장으로 계신다.

아버지가 그 시골학교를 떠난 후로 몇십 년의 세월이 지났건만, 그분은 해마다 스승의 날을 챙기셨다. 직접 찾아오시기도 하고 정성들인 선물이나 용돈을 보내 주시기도 하셨다. 아버지께서도 정년 퇴임을 하신 지도 어느덧 10여 년이 흘러 이제는 아주 먼 옛날이야기가 되었지만, 그래도 그분이 아버지의 전 생애를 대변해 주시는 증인처럼 느껴진다.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그분이 다녀가셨다거나 선물을 보냈다는 말씀을 하시며 흐뭇해하시는 아버지셨다. 나는 두 분의 돈독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보면서 오늘날의 스승과 제자를 생각해 보곤 한다.

요즘에는 스승과 제자라는 아름다운 인연을 찾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별 탈 없이 무사히 한 해를 마치나 그게 걱정이라는 선생님들이 많단다.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내 가까이 있는 남편의 뜻도 그런 쪽이다. 제자의 마땅찮은 모습을 보고 야단치고 싶은 마음을 참기가 무척 힘들단다. 보다 못해 가벼운 꾸지람이라도 하면 고개를 빳빳이 들고 대든다고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기가 막혀 당장 그만 두고 싶은 때가 있다고 했다. 꼭 승진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이유 중의 하나가 더 이상 학생들을 다루기가 힘들어서 담임을 맡아야 하는 평교사의 길에 회의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런 현실에 견주어볼 때, 나의 아버지와 그분 같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참으로 존경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해마다 스승의 날에는 그 이야기로 집안에 웃음꽃이 피곤 한다. 그런데 이제 그 아름다운 인연의 끈도 끊어질 날이 머지않은 듯싶다. 그분은 아버지가 투병 중임을 모르기에 아직 찾아오시지는 않았다. 그분이 아버지의 입원 소식을 알게 되면 무척이나 안타까워하시리라.

스승의 날인 오늘, 병실로 온 한 통의 전화는 나를 눈물짓게 했다. 그분의 전화였다. 혹시 안 오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올해도 잊지 않고 전화를 주시어 내 아버지의 마지막 스승의 날을 기쁘게 해 주셨다. 아버지가 긴 투병 중임을 알고는 깜짝 놀란 목소리로 곧 찾아뵙겠다는 말씀을 남기며 전화를 끊으셨다. 끊어진 전화기를 들고 나는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이 작품은 천재교육 발행 중학교 생활국어 1학년 1학기 교과서 68페이지에 실렸습니다.축하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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