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와 가난/성기조
2010.03.30 18:14
<4월의 글>
예술가와 가난
성 기 조 (시인, 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
문화체육관광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문화예술인 실태조사 결과(2009년도)에 따르면 문학 미술 대중예술 등 10개 분야 2천 명의 소득조사에서 전체의 37.4%가 문화예술 활동으로는 수입이 한 푼도 없다고 응답했다. 2006년 조사 때 26.6%보다 더 늘어났다. 한 달에 2백만 원 이하를 버는 문화예술인이 79.8%로 나타난 것을 보면 예술인들의 가난은 점점 심해 간다는 이야기가 된다.
광화문 한복판에 있는 세종문화회관 앞을 지나다 보니 “시민의 세종문화회관이다 수익성 강요 규탄한다”, “예술의 공공성 확보하라”는 등의 플랙카드가 민주노총공공연맹 전국공공서비스 노동조합 명의로 크게 붙어 있다. 그리고 더 큰 크기로 “임금차별 해소하라”, “상시 업무 직접 고용하라”, “저임금 비정규직 철폐하라”고 쓰여져 벽면을 가리고 있다. 이 글의 내용을 살펴보니 세종문화회관에 소속된 공연단체 단원이거나 아니면 단체를 운영하는 기간 요원들이 모여 써 붙인 게 틀림없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이들은 대중예술을 하거나 아니면 고전 음악 쪽에서 일하는 예술가들이란 생각이다.
이들의 수입을 어림잡아 보아도 2백만 원 이하를 버는 79.8%에 속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이보다 높은 액수의 돈을 버는 게 분명할 터인데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좀 아상하지 않느냐는 생각도 갖는다. 하지만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속에서 기본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수입이란 것은 누구나 알만하다. 그래서 예술인공제회를 설립하려는 운동이 일고 어떤 일이고 하고 보자는 생각이 앞서 일만 시켜달라고 아우성치며 월급이 얼마인지는 고려의 대상이 아닌 게 예술계의 오늘의 현실이다. 한 달에 1백만 원도 못 받는 종사자들이 부지기수인 것만 보아도 예술계의 벌이가 얼마나 열악한지 짐작이 간다.
사실이 이런데도 젊은이들은 문화예술계로 구름처럼 모여든다. 이른바 아트 러시(artrush), 큰일이다. 성공한 소수가 전체수익을 독점하는 세계가 문화예술계인데도 이런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해마다 수 만 명의 고교 졸업생이 문화예술을 전공하기 위하여 입학전쟁을 치르고 또한 그 만큼의 숫자가 졸업해서 사회로 진출하려고 하지만 그들을 수용할만한 곳이 문화예술계에는 없다.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 중, 몇몇 천재적 예술가들에게만 대중들은 박수를 쳐주고 소비자들은 비싼 평가를 지불하고 그들만 존경한다. 대부분의 보통 예술가(?)들은 시장에서 외면 당하고 거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이런 냉혹한 현실인데도 예술에 종사하고자하는 젊은이들은 “예술은 돈 버는 일이 아니다.”란 말로 위안을 받는다. 이들에게 한마디 묻고자 한다. 예술이 돈 버는 일이 아니라면 무엇을 먹고 사는가, 예술가도 알맞게 먹고 살만한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을 외면하고 꿈만 먹고 살 수 있다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예술이 돈 버는 일이 아니다란 말은 예술의 고귀함을 나타내는 고전적 가치관에서 출발하여 예술의 고귀함과 위대함을 나타내기 위함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생각을 부채질하는 것은 국내 대학들이 수요공급의 원칙을 무시하고 예술가를 양산하는 교육정책이다. 문화예술계열 학과를 증설하여 정원을 늘리고 이들을 사회에 내보내는 무책임한 교육이 가난한 예술가를 양산해낸다면 심각한 고려를 해보아야 한다.
문화예술계의 일자리에는 고학력 지원자들이 수도 없이 많다. 유수한 외국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젊은이가 호텔 로비에서 피아노를 치는 일이 있는가 하면, 공회당이나 교회에서 시간제 근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한 달에 1백만 원도 못 받는다. 이런 불안전한 고용상태가 이어지기 때문에 임금차별해소 하라고 외치고 저 임금 고용불안 비정규직 철폐하자고 외친다.
넘쳐나는 문화예술계의 인력 공급과잉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이 이럴진대 정부도 손 놓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자체, 메세나 운동에서 문화예술계에 지원하는 돈이 통틀어 2천 억 원을 넘는데도 그 효과를 얻지 못하는데 어떻게 계속 지원금만 늘린단 말인가?
내일의 화려한 꿈을 이루기 위한 예술가들은 스스로 먹고 살기 위한 노력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지원금을 받기보다는 자신의 예술작품이 남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예술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만 창조하는 사람이기보다는 받으면 좋아할 것을 창조하는 사람.”이란 워홀(미술가)의 말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경지에 이르면 가난을 면하는 예술가가 될 것이다. 예술가의 가난이 필연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술가와 가난
성 기 조 (시인, 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
문화체육관광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문화예술인 실태조사 결과(2009년도)에 따르면 문학 미술 대중예술 등 10개 분야 2천 명의 소득조사에서 전체의 37.4%가 문화예술 활동으로는 수입이 한 푼도 없다고 응답했다. 2006년 조사 때 26.6%보다 더 늘어났다. 한 달에 2백만 원 이하를 버는 문화예술인이 79.8%로 나타난 것을 보면 예술인들의 가난은 점점 심해 간다는 이야기가 된다.
광화문 한복판에 있는 세종문화회관 앞을 지나다 보니 “시민의 세종문화회관이다 수익성 강요 규탄한다”, “예술의 공공성 확보하라”는 등의 플랙카드가 민주노총공공연맹 전국공공서비스 노동조합 명의로 크게 붙어 있다. 그리고 더 큰 크기로 “임금차별 해소하라”, “상시 업무 직접 고용하라”, “저임금 비정규직 철폐하라”고 쓰여져 벽면을 가리고 있다. 이 글의 내용을 살펴보니 세종문화회관에 소속된 공연단체 단원이거나 아니면 단체를 운영하는 기간 요원들이 모여 써 붙인 게 틀림없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이들은 대중예술을 하거나 아니면 고전 음악 쪽에서 일하는 예술가들이란 생각이다.
이들의 수입을 어림잡아 보아도 2백만 원 이하를 버는 79.8%에 속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이보다 높은 액수의 돈을 버는 게 분명할 터인데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좀 아상하지 않느냐는 생각도 갖는다. 하지만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속에서 기본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수입이란 것은 누구나 알만하다. 그래서 예술인공제회를 설립하려는 운동이 일고 어떤 일이고 하고 보자는 생각이 앞서 일만 시켜달라고 아우성치며 월급이 얼마인지는 고려의 대상이 아닌 게 예술계의 오늘의 현실이다. 한 달에 1백만 원도 못 받는 종사자들이 부지기수인 것만 보아도 예술계의 벌이가 얼마나 열악한지 짐작이 간다.
사실이 이런데도 젊은이들은 문화예술계로 구름처럼 모여든다. 이른바 아트 러시(artrush), 큰일이다. 성공한 소수가 전체수익을 독점하는 세계가 문화예술계인데도 이런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해마다 수 만 명의 고교 졸업생이 문화예술을 전공하기 위하여 입학전쟁을 치르고 또한 그 만큼의 숫자가 졸업해서 사회로 진출하려고 하지만 그들을 수용할만한 곳이 문화예술계에는 없다.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 중, 몇몇 천재적 예술가들에게만 대중들은 박수를 쳐주고 소비자들은 비싼 평가를 지불하고 그들만 존경한다. 대부분의 보통 예술가(?)들은 시장에서 외면 당하고 거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이런 냉혹한 현실인데도 예술에 종사하고자하는 젊은이들은 “예술은 돈 버는 일이 아니다.”란 말로 위안을 받는다. 이들에게 한마디 묻고자 한다. 예술이 돈 버는 일이 아니라면 무엇을 먹고 사는가, 예술가도 알맞게 먹고 살만한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을 외면하고 꿈만 먹고 살 수 있다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예술이 돈 버는 일이 아니다란 말은 예술의 고귀함을 나타내는 고전적 가치관에서 출발하여 예술의 고귀함과 위대함을 나타내기 위함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생각을 부채질하는 것은 국내 대학들이 수요공급의 원칙을 무시하고 예술가를 양산하는 교육정책이다. 문화예술계열 학과를 증설하여 정원을 늘리고 이들을 사회에 내보내는 무책임한 교육이 가난한 예술가를 양산해낸다면 심각한 고려를 해보아야 한다.
문화예술계의 일자리에는 고학력 지원자들이 수도 없이 많다. 유수한 외국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젊은이가 호텔 로비에서 피아노를 치는 일이 있는가 하면, 공회당이나 교회에서 시간제 근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한 달에 1백만 원도 못 받는다. 이런 불안전한 고용상태가 이어지기 때문에 임금차별해소 하라고 외치고 저 임금 고용불안 비정규직 철폐하자고 외친다.
넘쳐나는 문화예술계의 인력 공급과잉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이 이럴진대 정부도 손 놓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자체, 메세나 운동에서 문화예술계에 지원하는 돈이 통틀어 2천 억 원을 넘는데도 그 효과를 얻지 못하는데 어떻게 계속 지원금만 늘린단 말인가?
내일의 화려한 꿈을 이루기 위한 예술가들은 스스로 먹고 살기 위한 노력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지원금을 받기보다는 자신의 예술작품이 남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예술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만 창조하는 사람이기보다는 받으면 좋아할 것을 창조하는 사람.”이란 워홀(미술가)의 말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경지에 이르면 가난을 면하는 예술가가 될 것이다. 예술가의 가난이 필연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