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쟁이 할머니

2003.05.08 04:04

문인귀 조회 수:351 추천:16

전주에는 이름 난 욕쟁이 할머니가 있어
욕을 욕이 아닌 복으로 둔갑을 시킨다고
아침 일찌감치 사람들이 몰려들 가기에
나도 행여나
욕 한줌 먹고 복 한 바가지 바꿔올까 해서
딸아 나섰다

멀뚱멀뚱
저녀러 황소눈깔 좀 보쇼 예,
얼렁 들어와
퍼주는 것이나 한 술 처묵고 갈 일이쟤
남에 집 무너져라고 빌고 자뿌라졌는갑다 - 잉!

엉겁결에 들은 욕 화를 내야하나 말아야하나
엉거주춤 서 있는데

오살허고 해찰만 하고 섰네 그랴
퉤!

문안으로 들어서면 욕쟁이 할머니는 돈 벌어 좋고
나는 콩나물 해장국 먹어 좋고
먹을 것 먹었으니 더불어 먹은 욕 값에
복도 듬뿍 받았으련만
그도 저도 아니게
담 너메서 기웃거리다
복 커녕 진짜로 욕만 먹고 돌아 선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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