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가 울었습니다

2003.06.20 01:20

문인귀 조회 수:285 추천:24

뻐꾸기가 울었습니다



그 뻐꾸기의 울음을 들은 것은
풀러톤에 사는 친구 집에서였습니다

창문은 열려 있었고
바람은 가끔씩
우리들의 대화에 끼어 들어
냅킨 자락을 들먹거리는 오후였습니다

장위동에 있는 공주능 어구에서
초여름을
나와 함께 즐기던 그 뻐꾸기
그 날은,
내가 그곳을 떠나 이민오기 전 날
소나무 등걸에 앉아 아무리 기다려도
딴청만 부리더니
서른 다섯 해를 넘어서야
지금 찾아와 우는 것은
마지막 이별이라도 예감되어서일까

친구는
거실에 걸려있는 벽시계를 눈짓했지만
그 날 나는
그 뻐꾸기의 울음을 듣는 것 외에
간절한 소망 더 없다싶어
뻐꾸기가 왔다,
뻐꾸기가 왔다고
끝내 고집하고 말았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 깊은 밤에 문인귀 2007.07.24 644
21 한가위 밤에 문인귀 2007.07.24 608
20 하늘에 계신 우리 어머니 문인귀 2007.08.27 747
19 존재적 가치와 ‘알맞게 떠 있음’의 미학<강학희 시집 '오늘도 나는 알맞게 떠있다'> 문인귀 2007.11.13 966
18 아픔으로 표출되는 회귀(回歸)에의 미학 -정문선시집 '불타는 기도' 문인귀 2007.11.30 1019
17 감도는 기쁨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과 결실 문인귀 2007.12.03 993
16 母體 本質의 이음쇠, 信仰的 透視의 시편들 문인귀 2007.12.14 619
15 인간의 삶은 사랑으로 발효된 과정이다 -김희주시집 「살아가는 일도 사랑하는 일만큼이나」 문인귀 2008.03.08 1056
14 희생을 위한 버팀목의 자질과 역할론 -변재무시집 '버팀목'에 부쳐 문인귀 2008.04.22 1134
13 진달래꽃 그리기 문인귀 2008.08.11 1647
12 시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 문인귀 2008.08.18 825
11 감자밥/이상국 문인귀 2008.09.26 1012
10 하늘 길 문인귀 2008.12.01 854
9 '가난한 마음의 형상화를 위한 겸허의 미학' 조영철 시집 「시애틀 별곡」 문인귀 2008.12.05 1248
8 시공(時空)을 섭력(涉歷)해 온 존재, 그 ‘길’에 대하여 -오연히 시집 '호흡하는 것들은 모두 빛이다' 문인귀 2010.02.11 935
7 송상옥 평, 문인귀시인 시집 '낮달'에 대하여 문인귀 2010.04.16 947
6 "혼돈混沌속의 존재, 그 인식과 시적미학詩的美學" 정어빙 시집 <이름 없는 강> 문인귀 2011.02.24 832
5 「맨살나무 숲에서」띄우는 울음의 미학 - 정국희 시집 「맨살나무 숲에서」 문인귀 2011.03.05 822
4 '시의 존재감에 충실한 삶에의 추구' 배송이 시집 '그 나무'에 대하여 문인귀 2011.08.16 784
3 하루살이 노래 문인귀 2013.02.26 442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1
전체:
45,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