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시가 안되는 날의 마음속 풍경

2003.08.20 08:42

문인귀 조회 수:472 추천: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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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 겨울풍경 - 문인귀 ┼
│ 나무들이
│ 세상 모든 나무들이
│ 대패밥을 토해내느라 모두 죽어버렸다
│ 치자
│ 나무들이
│ 세상 모든 나무들이
│ 벌레들 등살에 부대끼다 부대끼다 모두 죽어버렸다
│ 치자
│ 나무들이
│ 싼타 아나 뜨거운 바람을 맞고 모두 타버렸다
│ 치자
│ 그래서 저 북쪽 캐나다에 있는 맨네스만 펄프공장까지 문을 닫고
│ 수많은 노동자들이 집에 앉아
│ 회사로부터 날아 올 재고용 통지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 회사엔 통지서 한 장 인쇄할 종이가 없다
│ 치자
│ 맨 날 쓰고만 싶어 키를 줄여 가는 몽당연필 한 토막
│ 창 틈으로 기웃거리는 긴 긴 겨울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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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안되는 날의 마음을 쓰셨군요.
공감합니다.
차라리 세상의 종이란 종이는 모두 없어져서 글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날이 와 버렸으면 싶은 생각...

시가 안되는 날...
마음은 잿빛 겨울이지요.
관념적이지 않고 구체적인 심경이 마음에 와락 닿습니다.
또한 생각의 범주가 놀랍습니다.

좋은 시, 잘 읽고 갑니다.
출판기념회, 의미있고 성황을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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