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2004.02.21 00:27

문인귀 조회 수:377 추천:28

5번 프리웨이를 달리는데
앞서 가는 트럭에서
복사용 하얀 종이들이 쏟아져 나와
눈발처럼 날린다

뒤집힌 트럭에서 도망 나온 닭들이
깃털을 뿌리며 퍼덕이는 종종걸음 질로
프리웨이를 막는다

도살장 가는 길목에서는
칠면조 한 떼가
꾸르룩 꾸르룩
알아들을 수 없는 저들의 소리로 길을 막더라는
감사절 칼러판 신문이 펄럭인다

종이들이 날린다
음해의 서막치곤
너무 아름다운 석양볕에
칠면조의 깃털처럼 찬란해진 눈발이다

달리는 차간에 끼어들어
요리 저리 퍼덕이던 날개 짓들이
초저녁 구슬픈 손짓으로
첫눈을 녹인다
차창 윈드쉴에서는
빠- 박, 빠- 박,
마른 칠면조의 눈동자가 밀리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2 가을 단상(斷想) 문인귀 2005.09.23 439
61 육순(六旬)의 노래 문인귀 2003.05.02 430
60 벌레2/김기택 문인귀 2006.01.18 403
59 부인否認 문인귀 2004.02.21 389
58 산책길에서8/김윤성 문인귀 2006.03.09 386
57 윤석훈 시인의 부음을 듣고 문인귀 2015.05.19 383
56 작은 방 한 칸/이인원 문인귀 2006.03.09 383
55 입춘대길 문인귀 2003.09.02 381
54 [삼월의 눈꽃] / 松花 김윤자 김윤자 2005.03.13 380
» 탈출 문인귀 2004.02.21 377
52 상실 문인귀 2004.02.21 366
51 Re..또 다른 빛 문인귀 2003.11.20 366
50 욕쟁이 할머니 문인귀 2003.05.08 351
49 새김질 문인귀 2004.02.21 334
48 문인귀 2003.10.18 328
47 네, 걷겠습니다 문인귀 2004.02.20 322
46 긴 겨울풍경 문인귀 2003.08.18 321
45 석류는 문인귀 2003.09.02 317
44 올 봄에 찾는 나의 시어는 문인귀 2003.09.02 316
43 눈빛 있네 문인귀 2003.06.11 311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45,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