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2004.02.21 00:27

문인귀 조회 수:377 추천:28

5번 프리웨이를 달리는데
앞서 가는 트럭에서
복사용 하얀 종이들이 쏟아져 나와
눈발처럼 날린다

뒤집힌 트럭에서 도망 나온 닭들이
깃털을 뿌리며 퍼덕이는 종종걸음 질로
프리웨이를 막는다

도살장 가는 길목에서는
칠면조 한 떼가
꾸르룩 꾸르룩
알아들을 수 없는 저들의 소리로 길을 막더라는
감사절 칼러판 신문이 펄럭인다

종이들이 날린다
음해의 서막치곤
너무 아름다운 석양볕에
칠면조의 깃털처럼 찬란해진 눈발이다

달리는 차간에 끼어들어
요리 저리 퍼덕이던 날개 짓들이
초저녁 구슬픈 손짓으로
첫눈을 녹인다
차창 윈드쉴에서는
빠- 박, 빠- 박,
마른 칠면조의 눈동자가 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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