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2004.02.21 00:38

문인귀 조회 수:656 추천:57

칼날 같은 성벽이 둘러싼
구마모도의 목조성木造城이
성곽을 돌고있는 잉어들의 비늘 하나 하나마다
아직 청청靑靑했다

하늘에는
몇 날이나 되었을까
한 쪽을 가린 허연 낮 달이
저 지붕 꼭대기 아스라한 망대를 기웃거리는 게
임진년壬辰年 원혼의 내습이라도 가할 성싶어
급히 발길을 돌리는데

"문 센섀이, 죳도 마떼시다"
사카모도선생이
물 한 바가지를
돌우물에서 받아들고 서있다

거기에는
청청한 목조성의 칼날 같은 처마 끝도
한 쪽을 가린 낮 달의 허연 얼굴도 오간 데 없이
그의 미소만 찰찰 넘치고 있었다

시원하고
참, 좋은 물맛이로세.


-사카모도형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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