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소나무

2004.12.31 07:40

문인귀 조회 수:546 추천:41

저 소나무

              문인귀

우리나라에는
산을 지키는 소나무가 있다
바다를 지키는 소나무가 있다
마을 어귀마다 한두 그루씩
사시사철 번(番)을 서는 소나무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들에나 산에나 계곡에나 마을에나 바닷가에나
역사를 지키는 소나무가 있다
다른 나라 소나무들처럼
하늘만 바라 오르지 않고
몸을 휘어 바람을 막아내며
때로는 헐벗은 뿌리를 들어
산자락 쥐어 버티는 인내로
우리의 땅, 우리의 안위를 지키는 소나무가 있다

우리나라의 소나무는
우리 겨레 머무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와 뿌리를 내린다
백로는 먼 하늘로부터 머흘머흘 내려와 앉고
둥근달마저 걸터앉아 가지는 힘에 겨워도
솔잎들 웃음소리 방울방울 매어다는 일 잊지 않는
여기, 우리나라 소나무가 있다

낯선 땅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 따라 시작하던 서툰 걸음걸이들
여기저기 남은 헛되지 않은 백년의 흔적 그 위에
또 하나 백년의 역사를 시작하자는 저 소나무,
우리의 이상은 높아지고
늘 푸르른 우리의 꿈 키워지게  
지금 뿌리를 내리는 소나무 여기에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2 진달래꽃 그리기 문인귀 2008.08.11 1647
121 '가난한 마음의 형상화를 위한 겸허의 미학' 조영철 시집 「시애틀 별곡」 문인귀 2008.12.05 1248
120 희생을 위한 버팀목의 자질과 역할론 -변재무시집 '버팀목'에 부쳐 문인귀 2008.04.22 1134
119 인간의 삶은 사랑으로 발효된 과정이다 -김희주시집 「살아가는 일도 사랑하는 일만큼이나」 문인귀 2008.03.08 1056
118 아픔으로 표출되는 회귀(回歸)에의 미학 -정문선시집 '불타는 기도' 문인귀 2007.11.30 1019
117 감자밥/이상국 문인귀 2008.09.26 1012
116 감도는 기쁨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과 결실 문인귀 2007.12.03 993
115 집없는 달팽이, 세계에 산다 문인귀 2004.03.01 977
114 존재적 가치와 ‘알맞게 떠 있음’의 미학<강학희 시집 '오늘도 나는 알맞게 떠있다'> 문인귀 2007.11.13 966
113 송상옥 평, 문인귀시인 시집 '낮달'에 대하여 문인귀 2010.04.16 947
112 시공(時空)을 섭력(涉歷)해 온 존재, 그 ‘길’에 대하여 -오연히 시집 '호흡하는 것들은 모두 빛이다' 문인귀 2010.02.11 935
111 과거와 현재를 잇는 메타포의 세월, 그 정체 -최석봉 시집 <하얀 강> 문인귀 2004.09.03 863
110 하늘 길 문인귀 2008.12.01 854
109 "혼돈混沌속의 존재, 그 인식과 시적미학詩的美學" 정어빙 시집 <이름 없는 강> 문인귀 2011.02.24 832
108 시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 문인귀 2008.08.18 825
107 「맨살나무 숲에서」띄우는 울음의 미학 - 정국희 시집 「맨살나무 숲에서」 문인귀 2011.03.05 822
106 소리물고기/복효근 문인귀 2006.03.09 817
105 좋아하는 시인 소개 - 이성선 문인귀 2003.03.20 815
104 우리나라의 등대/마종기 문인귀 2006.03.09 792
103 '시의 존재감에 충실한 삶에의 추구' 배송이 시집 '그 나무'에 대하여 문인귀 2011.08.16 784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1
전체:
45,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