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서8/김윤성
2006.03.09 13:57
아까부터 수면 가까이 잠자리 하나 날고 있다
꼬리로 살짝살짝 물을 치며 날고 있다
물 속에 비친 파란 하늘과 흰구름이 유난히 눈부시다
어디가 물속인지 어디가 물 밖인지
산란을 마친 잠자리는 풀잎에 가서 앉을까 말까 하다가
다시 돌아와 살짝살짝 꼬리로 물을 찬다
물을 찰 때마다
물 속의 하늘과 구름이 흔들리고 있다
김윤성(1925~) ‘산책길에서8’ 전문
잠자리 한마리가 마치 유희라도 하는 듯, 꼬리로 물을 차며 알을 낳고 날아간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와 수면을 건들어본다. 물에 비치어있는 하늘과 구름이 흔들린다. 잠자리는 자기가 알을 깠던 곳이 하늘이 아닌 물이었다는 확신을 갖기 위해 그러는지 모른다. 우리가 걸어왔던 길이 실상과 허상, 그 어느 쪽에 놓여있었던가, 한번 쯤 생각해볼만 한 일인 것 같다.
문인귀/시인
미주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05년 7월19일자
꼬리로 살짝살짝 물을 치며 날고 있다
물 속에 비친 파란 하늘과 흰구름이 유난히 눈부시다
어디가 물속인지 어디가 물 밖인지
산란을 마친 잠자리는 풀잎에 가서 앉을까 말까 하다가
다시 돌아와 살짝살짝 꼬리로 물을 찬다
물을 찰 때마다
물 속의 하늘과 구름이 흔들리고 있다
김윤성(1925~) ‘산책길에서8’ 전문
잠자리 한마리가 마치 유희라도 하는 듯, 꼬리로 물을 차며 알을 낳고 날아간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와 수면을 건들어본다. 물에 비치어있는 하늘과 구름이 흔들린다. 잠자리는 자기가 알을 깠던 곳이 하늘이 아닌 물이었다는 확신을 갖기 위해 그러는지 모른다. 우리가 걸어왔던 길이 실상과 허상, 그 어느 쪽에 놓여있었던가, 한번 쯤 생각해볼만 한 일인 것 같다.
문인귀/시인
미주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05년 7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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