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서8/김윤성

2006.03.09 13:57

문인귀 조회 수:386 추천:24

아까부터 수면 가까이 잠자리 하나 날고 있다
꼬리로 살짝살짝 물을 치며 날고 있다

물 속에 비친 파란 하늘과 흰구름이 유난히 눈부시다
어디가 물속인지 어디가 물 밖인지

산란을 마친 잠자리는 풀잎에 가서 앉을까 말까 하다가
다시 돌아와 살짝살짝 꼬리로 물을 찬다

물을 찰 때마다
물 속의 하늘과 구름이 흔들리고 있다

김윤성(1925~) ‘산책길에서8’ 전문



잠자리 한마리가 마치 유희라도 하는 듯, 꼬리로 물을 차며 알을 낳고 날아간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와 수면을 건들어본다. 물에 비치어있는 하늘과 구름이 흔들린다. 잠자리는 자기가 알을 깠던 곳이 하늘이 아닌 물이었다는 확신을 갖기 위해 그러는지 모른다. 우리가 걸어왔던 길이 실상과 허상, 그 어느 쪽에 놓여있었던가, 한번 쯤 생각해볼만 한 일인 것 같다.

문인귀/시인

미주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05년 7월19일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2 가을 단상(斷想) 문인귀 2005.09.23 439
61 육순(六旬)의 노래 문인귀 2003.05.02 430
60 벌레2/김기택 문인귀 2006.01.18 403
59 부인否認 문인귀 2004.02.21 389
» 산책길에서8/김윤성 문인귀 2006.03.09 386
57 윤석훈 시인의 부음을 듣고 문인귀 2015.05.19 383
56 작은 방 한 칸/이인원 문인귀 2006.03.09 383
55 입춘대길 문인귀 2003.09.02 381
54 [삼월의 눈꽃] / 松花 김윤자 김윤자 2005.03.13 380
53 탈출 문인귀 2004.02.21 377
52 상실 문인귀 2004.02.21 366
51 Re..또 다른 빛 문인귀 2003.11.20 366
50 욕쟁이 할머니 문인귀 2003.05.08 351
49 새김질 문인귀 2004.02.21 334
48 문인귀 2003.10.18 328
47 네, 걷겠습니다 문인귀 2004.02.20 322
46 긴 겨울풍경 문인귀 2003.08.18 321
45 석류는 문인귀 2003.09.02 317
44 올 봄에 찾는 나의 시어는 문인귀 2003.09.02 316
43 눈빛 있네 문인귀 2003.06.11 311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45,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