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이라는 이름의 전차

2006.08.19 00:14

문인귀 조회 수:602 추천:57

문인이라는 이름의 전차
-미주문학 제17호(2000년) 권두언-

                                                                                                                     문인귀

  노 신인을 만났다. 대화 간운데 시인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자 노 시인은 “우리나라 사람 4천7백만 모두가 시인이 된다면 오죽이나 좋겠는가. 왜냐하면 시인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르니 말이야”라고 했다.
  작품은 곧 작가의 인격을 말해 준다는 의미이며 한국사회와 문단이 지금 어떤 상태인가를 단편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리라.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등단해야겠다는 분도 있다. 작품이야 어떻든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문인이라 불리는 것이 그에게는 더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중부에 사는 어떤 여성은 자신의 수필집 출판에 관여한바가 없는데도 서울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린다기에 부랴부랴 다녀왔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녀의 작품까지도 창작, 개작해주는 배려(?)를 아끼지 않는 서울의 큰 문학인, 밝힐 수 없는 이름을 가진 그 분도 문제이지만 “시를 쓰면 더 좋을 텐데”라며 유혹하는 원로가 있더라는 것은 또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저는 시인이라 불리우는 것이 소원입니다” “저는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저는, 수필가가 되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라고 말하던 사람들이 어느새 ‘문인이라는 전차’가 되어 달린다. 요란스럽게 흔들거리며 도심을 가르고 달린다. 땡, 땡, 땡, 종까지 울리며 달린다.
  “선생은 왜 나의 활동에 제동을 거시나요?” “그 분은 시나 쓰지 수필은 잘 몰라요”
  빈 전차는 더욱 요란한 바퀴소리로 도시를 흔들어대면서 달린다.
  친구도, 동료도, 선배도, 스승도 놀라 휘둥그레진 눈을, 그 눈을 만들어 주는 것이 즐거워 달리지만 말고 내일은 차고에라도 들어가 정비를 한 다음 달려야 하지 않을까? 되도록 승객을 가득 태운 실한 전차가 되려면 말이다.

  작품은 그 작품을 쓴 작가의 인격이라는 것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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