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곳의 감동/김상권
2012.05.16 19:56
그날 그곳의 감동
-영화 ‘코리아’를 보고-
전주꽃밭정이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김상권
탁구 남북단일팀, 여자단체전에서 금메달 획득! 그 감동적인 순간을 21년 뒤, 오늘 스크린을 통해서 다시 맛보았다. 가슴이 뭉클하고 통쾌했다.
남북단일팀결성 합의 소식이 들려온다. 한국 탁구스타 현정화(하지원 분)를 비롯한 한국대표선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 단일팀이 결성된다. 남북선수단은 한 팀으로서 호흡은커녕 오히려 갈등이 깊어지고, 양 팀을 대표하는 남측의 현정화와 북측의 리분희(배두리 분)의 신경전도 볼만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남과 북 선수들의 마음이 열린다. 태극마크가 아닌 대한민국 지도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으면서부터 한 마음이 됐을지도 모른다.
현정화와 리분희 사이도 가까워지면서 대화가 오간다. 정화는 아빠의 권유에 의해 탁구를 시작했다며 지금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한다.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아빠에게 금메달을 선사하고 싶다는 심정도 밝힌다. 북측선수인 유순복(한예리)이 현정화의 방을 찾아와 리분희가 아프다는 소식을 전한다. 정화가 리분희 방을 찾아가 위로하며 걱정을 한다. 간염을 앓고 있는데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동무만 알고 있으라고 부탁한다.
북측선수인 최경섭(이종석 분)이 한국출신인 영국감독의 명함을 받은 것과 남측의 최연정(최윤형 분)선수와의 사랑이 빌미가 되어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단일팀이 깨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아침, 북측 팀이 묵고 있는 호텔 앞에서 정화를 비롯한 남측 선수들이 비를 맞으며 무릎을 꿇고 하소연한다. 이 장면은 감동 그 자체였다. 남측 선수들의 행동에 감동을 받은 북측감독은 선수단의 감독관을 설득하지만 허락하지 않는다.
“출전하겠다, 안 된다.” 실랑이가 벌어진다. “돌아가서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다.”며 출전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감독관은 “나는 동무를 못 본 거야.” 하고 한 발짝 물러서면서 “꼭 이겨라!”고 당부한다. 이기고 싶음 마음은 같았으리라. 남북 선수들은 빗속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한다.
결승전이 시작됐다. 시합도중 리분희가 바닥에 쓰러진다. 간염이 도진 것이다. 리분희가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다행이다.”고 하자 정화는 파이팅을 외치며 “여기까지란 말은 없어, 지금부터야!” 라고 하며 힘을 내라고 격려한다. 우리 팀이 2점을 리드하자 중국 감독이 문을 걷어차며 불만을 표시한다. 그러자 외국 심판의 판정이 불공정해진다. 단일팀 코치가 항의를 했는데도 또 불공정 판정을 하는 바람에 동점이 된다. 아나운서도 어이가 없다는 듯 불만을 토로한다. 다시 불공정한 판정이 내려지자 단일팀감독은 강렬한 항의를 하고 심판은 감독에게 퇴장명령을 내린다. 숨 막히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관중들의 시선은 온통 공의 움직임에 쏠린다. 한 점만 득점하면 이기는 상황이다. 랠리가 계속되다가 현정화 선수가 마지막으로 스매싱한 공을 중국선수가 받아쳤지만 네트를 넘지 못한다. 공이 공중에 오래 머물면서 네트에 맞고 “쿵” 하고 떨어지며 빙그르 구르는 순간, 두 선수는 얼싸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뻐한다. 관중들도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로 환호한다. 우승의 순간이었다. 아나운서와 해설가도 신바람이 났다. 관객인 나도 힘껏 박수를 쳤다. 대한민국 지도가 그려진 기를 흔들며 기뻐하는 관중의 모습과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의 시상식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21년 전의 그때 그 실황을 보는 듯했다. 그곳에 작은 통일이 있었다.
그러나 우승의 기쁨도 잠시였다. 기약 없는 작별의 순간이 온 것이다. 서로 손을 잡거나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며 헤어지기를 아쉬워했다. 현정화 선수는 버스창문을 통해 자기의 반지를 리분희의 손가락에 끼워 준다. 리분희도 무언가를 건네 준다.
“언니, 잘 가! 날 잊지 말고, 종종 만나!” 정화의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그리고 몇 년 뒤, 남과 북의 선수는 단일팀이 아닌 상대팀으로 만나 시합을 하게 된다.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구나.’ 생각하니 씁쓸했다. 누구 탓일까?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까지의 스포츠영화가 주로 남자들의 우정과 의리를 다루었다면 ‘코리아’는 여성들만의 애정과 애틋한 감정을 그리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실제 탁구선수처럼 보일 정도로 탁구솜씨가 대단했다. 피나는 훈련 없이는 그런 멋진 솜씨를 보여줄 수 없으리라.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진짜 탁구경기를 보는 듯했다.
1991년 그날로 돌아간 듯, 그날의 남북선수단이 된 듯, 연기가 아닌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며 서로 부둥켜안은, 그날의 감동을 고스란히 되살린 배우들의 진정어린 모습은 실화 그 이상의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코리아’는 서로 다른 이념을 떠나,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 그날 그곳의 뜨거운 감동을 다시 한 번 스크린으로 재현한 영화였다.
남과 북이 분단된 지 67년! 분단의 벽을 깰 때가 되었다. 그러려면 우선 작은 것부터 실천했으면 한다. 이를테면 문학, 미술, 연극, 영화, 음악, 체육 등 모든 분야에서 교류를 하자는 이야기다. 여자탁구단일팀 구성의 선례가 있지 않은가. 그날 그곳에서 있었던 그 감격의 기쁨을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다시 맛보고 싶다.
(2012. 5. 3.)
-영화 ‘코리아’를 보고-
전주꽃밭정이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김상권
탁구 남북단일팀, 여자단체전에서 금메달 획득! 그 감동적인 순간을 21년 뒤, 오늘 스크린을 통해서 다시 맛보았다. 가슴이 뭉클하고 통쾌했다.
남북단일팀결성 합의 소식이 들려온다. 한국 탁구스타 현정화(하지원 분)를 비롯한 한국대표선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 단일팀이 결성된다. 남북선수단은 한 팀으로서 호흡은커녕 오히려 갈등이 깊어지고, 양 팀을 대표하는 남측의 현정화와 북측의 리분희(배두리 분)의 신경전도 볼만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남과 북 선수들의 마음이 열린다. 태극마크가 아닌 대한민국 지도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으면서부터 한 마음이 됐을지도 모른다.
현정화와 리분희 사이도 가까워지면서 대화가 오간다. 정화는 아빠의 권유에 의해 탁구를 시작했다며 지금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한다.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아빠에게 금메달을 선사하고 싶다는 심정도 밝힌다. 북측선수인 유순복(한예리)이 현정화의 방을 찾아와 리분희가 아프다는 소식을 전한다. 정화가 리분희 방을 찾아가 위로하며 걱정을 한다. 간염을 앓고 있는데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동무만 알고 있으라고 부탁한다.
북측선수인 최경섭(이종석 분)이 한국출신인 영국감독의 명함을 받은 것과 남측의 최연정(최윤형 분)선수와의 사랑이 빌미가 되어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단일팀이 깨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아침, 북측 팀이 묵고 있는 호텔 앞에서 정화를 비롯한 남측 선수들이 비를 맞으며 무릎을 꿇고 하소연한다. 이 장면은 감동 그 자체였다. 남측 선수들의 행동에 감동을 받은 북측감독은 선수단의 감독관을 설득하지만 허락하지 않는다.
“출전하겠다, 안 된다.” 실랑이가 벌어진다. “돌아가서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다.”며 출전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감독관은 “나는 동무를 못 본 거야.” 하고 한 발짝 물러서면서 “꼭 이겨라!”고 당부한다. 이기고 싶음 마음은 같았으리라. 남북 선수들은 빗속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한다.
결승전이 시작됐다. 시합도중 리분희가 바닥에 쓰러진다. 간염이 도진 것이다. 리분희가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다행이다.”고 하자 정화는 파이팅을 외치며 “여기까지란 말은 없어, 지금부터야!” 라고 하며 힘을 내라고 격려한다. 우리 팀이 2점을 리드하자 중국 감독이 문을 걷어차며 불만을 표시한다. 그러자 외국 심판의 판정이 불공정해진다. 단일팀 코치가 항의를 했는데도 또 불공정 판정을 하는 바람에 동점이 된다. 아나운서도 어이가 없다는 듯 불만을 토로한다. 다시 불공정한 판정이 내려지자 단일팀감독은 강렬한 항의를 하고 심판은 감독에게 퇴장명령을 내린다. 숨 막히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관중들의 시선은 온통 공의 움직임에 쏠린다. 한 점만 득점하면 이기는 상황이다. 랠리가 계속되다가 현정화 선수가 마지막으로 스매싱한 공을 중국선수가 받아쳤지만 네트를 넘지 못한다. 공이 공중에 오래 머물면서 네트에 맞고 “쿵” 하고 떨어지며 빙그르 구르는 순간, 두 선수는 얼싸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뻐한다. 관중들도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로 환호한다. 우승의 순간이었다. 아나운서와 해설가도 신바람이 났다. 관객인 나도 힘껏 박수를 쳤다. 대한민국 지도가 그려진 기를 흔들며 기뻐하는 관중의 모습과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의 시상식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21년 전의 그때 그 실황을 보는 듯했다. 그곳에 작은 통일이 있었다.
그러나 우승의 기쁨도 잠시였다. 기약 없는 작별의 순간이 온 것이다. 서로 손을 잡거나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며 헤어지기를 아쉬워했다. 현정화 선수는 버스창문을 통해 자기의 반지를 리분희의 손가락에 끼워 준다. 리분희도 무언가를 건네 준다.
“언니, 잘 가! 날 잊지 말고, 종종 만나!” 정화의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그리고 몇 년 뒤, 남과 북의 선수는 단일팀이 아닌 상대팀으로 만나 시합을 하게 된다.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구나.’ 생각하니 씁쓸했다. 누구 탓일까?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까지의 스포츠영화가 주로 남자들의 우정과 의리를 다루었다면 ‘코리아’는 여성들만의 애정과 애틋한 감정을 그리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실제 탁구선수처럼 보일 정도로 탁구솜씨가 대단했다. 피나는 훈련 없이는 그런 멋진 솜씨를 보여줄 수 없으리라.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진짜 탁구경기를 보는 듯했다.
1991년 그날로 돌아간 듯, 그날의 남북선수단이 된 듯, 연기가 아닌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며 서로 부둥켜안은, 그날의 감동을 고스란히 되살린 배우들의 진정어린 모습은 실화 그 이상의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코리아’는 서로 다른 이념을 떠나,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 그날 그곳의 뜨거운 감동을 다시 한 번 스크린으로 재현한 영화였다.
남과 북이 분단된 지 67년! 분단의 벽을 깰 때가 되었다. 그러려면 우선 작은 것부터 실천했으면 한다. 이를테면 문학, 미술, 연극, 영화, 음악, 체육 등 모든 분야에서 교류를 하자는 이야기다. 여자탁구단일팀 구성의 선례가 있지 않은가. 그날 그곳에서 있었던 그 감격의 기쁨을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다시 맛보고 싶다.
(2012. 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