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며 찾아간 캐나다/김학
2012.06.21 19:09
꿈꾸며 찾아간 캐나다
-캐나다 방문기(1)-
김 학
공기 좋고 물 맑고 살기 좋은 나라라는 캐나다를 찾았다. 6월이어서 그랬을까? 밴쿠버를 비롯한 캐나다 서부는 내가 머문 1주일 중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날마다 비가 내려 대지는 늘 축축했다. 아내 없이는 살아도 우산 없이는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내려도 우리나라의 소나기처럼 주룩주룩 내리는 게 아니라 이슬비처럼 가냘프게 내렸다.
캐나다는 넓은 나라였다. 관광버스가 1시간 이상 달려야 겨우 마을이 눈에 띌 정도였다. 큰 마을에 가더라도 별로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나라라지만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기에 그런 것 같다. 면적은 우리나라보다 101배나 크다는데 인구는 고작 3천만 명이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 나라가 예비군을 포함하여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5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가이드 정의준 군의 말을 믿어도 될까.
미국과 국경이 맞닿은 남쪽 약 300km폭의 동서로 뻗은 띠 모양의 땅에 인구의 약 90%가 살고 있고, 그 북쪽으로는 툰드라와 극지방이 이어져 있다. 북반구에 위치하고 있어서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은 우리나라와 같지만 위도가 더 높아 날씨는 더 춥다. 겨울철 산악지방은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갈 정도로 추운 날이 많다. 내가 찾아간 캐나다는 여름이지만 일교차가 심해서 가벼운 점퍼 하나쯤은 지녀야 했다.
캐나다의 인구 구성은 백인계가 80%이고, 흑인 12%, 인디언 0.4%이며 나머지는 아시아계라고 했다. 영어와 프랑스어가 공용어이며, 종교는 가톨릭이 46.5%이고 개신교가 41.2%이며 기타가 11.1%라고 한다. 캐나다에서는 공항이나 호텔 등 어느 곳에 가던지 영어와 프랑스어가 함께 씌어 있다.
밴쿠버공항에 도착한 뒤 빗속에서 밴쿠버 시내관광에 나섰다. 반두센식물원을 둘러보다 1986년 밴쿠버엑스포 때 우리나라가 선물한 팔각정(八角亭)이 눈에 띄어 반가웠다.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차이나타운을 거쳐 세계 유일의 증기시계가 있는 게스트타운, 그리고 북미 최대의 원시림인 스탠리공원 등을 둘러보았다. 약 134만 평이나 된다는 스탠리공원에는 차도와 인도, 인라인스케이트 도로 등 세 가지 도로가 나란히 조성되어 있었다. 스탠리공원은 몹시 넓어서 다 둘러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원주민 인디언들이 재앙과 질병으로부터 가족과 부락민을 지켜준다고 믿는 토템 폴(Totem Poll)이 눈길을 끌었다. 그 토템 폴은 우리나라의 장승과 같은 수호신이다.
밴쿠버 오리엔탈 뷔페에서는 그날 오후 6시부터 한국문인협회가 마련한 제22회 해외한국문학 심포지엄과 제21회 해외한국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그곳에는 캐나다 거주 문인들과 멀리 미국 워싱턴에서 온 문인들 그리고 한국에서 찾아간 문인 등 1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행사가 진행되었다.
심포지엄에서는 김송배 시인이 ‘한국문학의 해외교류-재외동포와 한국문학’이란 주제로, 밴쿠버 거주 김해영 시인이 ‘세계로 가는 한국어와 한국문학’이란 주제로 발표를 했다. 이어서 김학 수필가는 ‘행복한 글쓰기’란 주제로 특강을 했다. 심포지엄이 끝난 뒤 바로 시상식이 이어졌다. 여느 때와 달리 이번 제21회 해외한국문학상은 세 명의 캐나다 거주 문인들에게 상이 주어졌다. 소설부문에서는《석양을 사는 사람들》이란 작품으로 반병섭 소설가가, 시부문에서는《삶과 꿈 그리고 그 사이》란 시집으로 안봉자 시인이, 수필부문에서는《겨울이 긴 나라》라는 수필집으로 심현숙 수필가가 영광의 상을 받았다. 이들 수상자들은 저마다 활발하게 활동한 문인들이다. 반병섭 소설가는 은퇴목사로서 88세나 되는 분이어서 더 관심을 끌었다. 또 안봉자 시인은 한국어와 영어로 시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심현숙 수필가는 밴쿠버한인문인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동포문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잘하고 있었다.
낯설고 물선 만리타국에서 모국어로 창작활동을 하는 해외동포 문인들이 무척이나 자랑스럽고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하늘나라에 계시는 세종대왕께서도 이들을 보며 흐뭇하게 여기시려니 싶었다.
한국문인협회 정종명 이사장은 “해외한국문학 심포지엄은 ‘한국문학의 세계화’라는 명제를 내걸고 우리 협회가 해마다 해외에서 개최하는 국제행사입니다. 지금 우리 동포문인들이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등 세계 도처에서 나름대로 문학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제25대 문협 집행부가 출범한 작년에는 미국 LA를 방문하여 동포문인들과 더불어 심포지엄과 시상식을 개최했고, 올해는 유서 깊은 캐나다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운을 뗀 뒤 “얼마 전에 신경숙 작가의 장편소설이 영어로 번역되어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 등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또 한국작가로는 처음 ‘2011 맨 아시아 문학상(Man Asian Literary Prize)'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맨 아시아 문학상은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맨 부커상을 후원하는 투자회사 맨 그룹이 아시아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2007년에 제정한 문학상입니다. 모르긴 해도 이로 인해 한국문학에 대한 해외문단과 출판계의 인식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해외에서 한글로 작품 활동을 하는 우리 동포문인들도 자긍심을 가질 것으로 압니다.
우리는 이 기회를 통하여 우리들의 창작활동이 세계를 향해 웅지를 품고 나아가는데 자신감을 갖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는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동포문인들은 이사장의 인사말을 경청하며 저마다 꿈을 키우는 듯 보여 흐뭇했다.
만나면 만날수록 정이 깊어지는 게 우리 배달겨레의 정서다. 밴쿠버 동포문인들도 초면이지만 금세 10년 지기처럼 가까워졌다. 워싱턴에서 온 어느 여류 수필가는 나를 찾아와 인사를 하며 반가워했다. 오래 전 내가《월간문학》수필 월평을 쓸 때 자신의 작품을 잘 평해 주어서 고마웠단다. 작품이 좋았기에 그렇게 평했겠지만 칭찬의 끝이 세계를 누비는 것 같아서 크게 보람을 느꼈다.
내년에는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행사를 마무리했다. 캐나다 밴쿠버의 첫날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캐나다 방문기(1)-
김 학
공기 좋고 물 맑고 살기 좋은 나라라는 캐나다를 찾았다. 6월이어서 그랬을까? 밴쿠버를 비롯한 캐나다 서부는 내가 머문 1주일 중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날마다 비가 내려 대지는 늘 축축했다. 아내 없이는 살아도 우산 없이는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내려도 우리나라의 소나기처럼 주룩주룩 내리는 게 아니라 이슬비처럼 가냘프게 내렸다.
캐나다는 넓은 나라였다. 관광버스가 1시간 이상 달려야 겨우 마을이 눈에 띌 정도였다. 큰 마을에 가더라도 별로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나라라지만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기에 그런 것 같다. 면적은 우리나라보다 101배나 크다는데 인구는 고작 3천만 명이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 나라가 예비군을 포함하여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5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가이드 정의준 군의 말을 믿어도 될까.
미국과 국경이 맞닿은 남쪽 약 300km폭의 동서로 뻗은 띠 모양의 땅에 인구의 약 90%가 살고 있고, 그 북쪽으로는 툰드라와 극지방이 이어져 있다. 북반구에 위치하고 있어서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은 우리나라와 같지만 위도가 더 높아 날씨는 더 춥다. 겨울철 산악지방은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갈 정도로 추운 날이 많다. 내가 찾아간 캐나다는 여름이지만 일교차가 심해서 가벼운 점퍼 하나쯤은 지녀야 했다.
캐나다의 인구 구성은 백인계가 80%이고, 흑인 12%, 인디언 0.4%이며 나머지는 아시아계라고 했다. 영어와 프랑스어가 공용어이며, 종교는 가톨릭이 46.5%이고 개신교가 41.2%이며 기타가 11.1%라고 한다. 캐나다에서는 공항이나 호텔 등 어느 곳에 가던지 영어와 프랑스어가 함께 씌어 있다.
밴쿠버공항에 도착한 뒤 빗속에서 밴쿠버 시내관광에 나섰다. 반두센식물원을 둘러보다 1986년 밴쿠버엑스포 때 우리나라가 선물한 팔각정(八角亭)이 눈에 띄어 반가웠다.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차이나타운을 거쳐 세계 유일의 증기시계가 있는 게스트타운, 그리고 북미 최대의 원시림인 스탠리공원 등을 둘러보았다. 약 134만 평이나 된다는 스탠리공원에는 차도와 인도, 인라인스케이트 도로 등 세 가지 도로가 나란히 조성되어 있었다. 스탠리공원은 몹시 넓어서 다 둘러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원주민 인디언들이 재앙과 질병으로부터 가족과 부락민을 지켜준다고 믿는 토템 폴(Totem Poll)이 눈길을 끌었다. 그 토템 폴은 우리나라의 장승과 같은 수호신이다.
밴쿠버 오리엔탈 뷔페에서는 그날 오후 6시부터 한국문인협회가 마련한 제22회 해외한국문학 심포지엄과 제21회 해외한국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그곳에는 캐나다 거주 문인들과 멀리 미국 워싱턴에서 온 문인들 그리고 한국에서 찾아간 문인 등 1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행사가 진행되었다.
심포지엄에서는 김송배 시인이 ‘한국문학의 해외교류-재외동포와 한국문학’이란 주제로, 밴쿠버 거주 김해영 시인이 ‘세계로 가는 한국어와 한국문학’이란 주제로 발표를 했다. 이어서 김학 수필가는 ‘행복한 글쓰기’란 주제로 특강을 했다. 심포지엄이 끝난 뒤 바로 시상식이 이어졌다. 여느 때와 달리 이번 제21회 해외한국문학상은 세 명의 캐나다 거주 문인들에게 상이 주어졌다. 소설부문에서는《석양을 사는 사람들》이란 작품으로 반병섭 소설가가, 시부문에서는《삶과 꿈 그리고 그 사이》란 시집으로 안봉자 시인이, 수필부문에서는《겨울이 긴 나라》라는 수필집으로 심현숙 수필가가 영광의 상을 받았다. 이들 수상자들은 저마다 활발하게 활동한 문인들이다. 반병섭 소설가는 은퇴목사로서 88세나 되는 분이어서 더 관심을 끌었다. 또 안봉자 시인은 한국어와 영어로 시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심현숙 수필가는 밴쿠버한인문인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동포문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잘하고 있었다.
낯설고 물선 만리타국에서 모국어로 창작활동을 하는 해외동포 문인들이 무척이나 자랑스럽고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하늘나라에 계시는 세종대왕께서도 이들을 보며 흐뭇하게 여기시려니 싶었다.
한국문인협회 정종명 이사장은 “해외한국문학 심포지엄은 ‘한국문학의 세계화’라는 명제를 내걸고 우리 협회가 해마다 해외에서 개최하는 국제행사입니다. 지금 우리 동포문인들이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등 세계 도처에서 나름대로 문학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제25대 문협 집행부가 출범한 작년에는 미국 LA를 방문하여 동포문인들과 더불어 심포지엄과 시상식을 개최했고, 올해는 유서 깊은 캐나다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운을 뗀 뒤 “얼마 전에 신경숙 작가의 장편소설이 영어로 번역되어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 등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또 한국작가로는 처음 ‘2011 맨 아시아 문학상(Man Asian Literary Prize)'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맨 아시아 문학상은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맨 부커상을 후원하는 투자회사 맨 그룹이 아시아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2007년에 제정한 문학상입니다. 모르긴 해도 이로 인해 한국문학에 대한 해외문단과 출판계의 인식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해외에서 한글로 작품 활동을 하는 우리 동포문인들도 자긍심을 가질 것으로 압니다.
우리는 이 기회를 통하여 우리들의 창작활동이 세계를 향해 웅지를 품고 나아가는데 자신감을 갖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는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동포문인들은 이사장의 인사말을 경청하며 저마다 꿈을 키우는 듯 보여 흐뭇했다.
만나면 만날수록 정이 깊어지는 게 우리 배달겨레의 정서다. 밴쿠버 동포문인들도 초면이지만 금세 10년 지기처럼 가까워졌다. 워싱턴에서 온 어느 여류 수필가는 나를 찾아와 인사를 하며 반가워했다. 오래 전 내가《월간문학》수필 월평을 쓸 때 자신의 작품을 잘 평해 주어서 고마웠단다. 작품이 좋았기에 그렇게 평했겠지만 칭찬의 끝이 세계를 누비는 것 같아서 크게 보람을 느꼈다.
내년에는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행사를 마무리했다. 캐나다 밴쿠버의 첫날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