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문제의 해법/김민환
2012.10.15 06:17
정수장학회 문제의 해법
김 민 환 (고려대 미디어학부 명예교수)
마산에서 이승만 독재에 항거하는 의거가 터지자 부산문화방송은 생중계를 하듯이 사태의 추이를 보도했다. 경찰이 방송기자의 보도를 방해하자 이 방송사 기자들은 녹음테이프를 방송사로 직접 가지고 가지 않고 자매 언론사인 부산일보로 보내 방송사로 전달하게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의거 사실은 부산과 경남 일원에 방송되었고, 결과적으로 의거가 대구로 서울로 번져가게 했다.
4월 혁명이 성공해 이승만 독재가 무너지자 부산문화방송의 경영주 김지태(金智泰)는 부산지역에 한정하는 방송 사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1961년 서울에 문화방송을 설립했다. 그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종합매스콤센터 설립에 착수했다. 쌍용그룹 설립자 김성곤이 경영하던 <연합신문>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는 한편, 영화산업에까지 영역을 확장하기로 하고 안양의 영화촬영소를 은행 채무를 안는 조건으로 사들이는 교섭도 벌였다.
“정수장학회 언론사 소유는 정당성 없다”
그러나 그의 당찬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부는 김지태를 부정축재 혐의로 구속했다. 결국 김지태는 그가 소유한 언론사 지분을 모두 국가에 헌납한다는 각서를 쓰고 풀려났다. 그 뒤 그의 언론사 지분은 5‧16장학재단에 넘어갔다.
이 장학회는 1982년 전두환 정권하에서 다시 정수장학회로 이름을 바꾸었다. 박정희 육영수 내외분 이름에서 한 자씩을 따 지은 명칭이었다. 이 재단은 MBC 문화방송 지분 30%(6만 주), 부산일보 지분 100%(2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오랜 군부독재가 막을 내리자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보유의 정당성에 대해 다양한 경로로 이의가 제기되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를 ‘장물’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마침내 노무현 정권 하에서 발족한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정수장학회 문제를 의제로 채택했다. 이 위원회는 2007년 6월, 국가 공권력의 강요로 발생한 재산권 침해에 대해 정부가 사과하고 명예회복 및 화해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보유의 정당성을 국가기구가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적절한 조치’는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
이에 따라 김지태의 유족이 정수장학회 보유지분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7부는 올해 2월 국가기관의 강압에 의해 재산이 넘어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반환청구는 기각했다. 그러나 유족들이 항소를 제기해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사회적 논의기구 통해 해법 찾아야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와 문화방송의 주식지분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정법으로 따지자면, 정수장학회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는 정수장학회 이사회가 결정할 일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법리로만 따질 수는 없다. 정수장학회가 언론사 지분을 보유한 것이 공권력을 남용한 재산권 침해에 기인한다는 국가기구나 사법부의 판정을 존중한다면,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처분에 관한 한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정수장학회 문제에는 문화방송의 민영화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졸속으로 결론지을 일이 아니다. 재산을 처리해 어떻게 쓸 지를 논의할 단계는 더더욱 아니다. 부산일보와 문화방송 지분의 매각대금을 부산 경남 지역 학생들에게 풀겠다고 하면 곧 이 지역의 표심을 의식한 꼼수로 오해받을 소지도 있다.
현 단계에서 정수장학회가 할 일은 언론사 지분보유의 태생적 한계를 인정하고, 장학회 이사진의 총사퇴와 명칭 변경 및 개편을 전제로, 이 문제를 다룰 독립적인 사회적 기구를 구성하는 일이다. 기구 구성의 구체적인 방안은 불필요한 정쟁을 막기 위해 여야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박근혜 의원도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밝혀야 한다. 법리만 내세워 나 몰라라 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당하지 않다. 그는 이 장학회의 최고 책임자를 10여년 맡았고, 현재의 장학회 이사장도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다.
정수장학회 문제는 이번 대선에서 박 후보에 대한 평가의 준거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 박 후보가 이 단체의 정당성에 대한 국가기구나 법원의 판단을 무시하는 것이라면, 국민은 박 의원의 도덕성이나 국가관, 역사인식 등에 대해 다시 의문을 느낄 것이다.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문제를 풀 의사가 있으나 현 이사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가 없는 것이라면, 국민은 그의 소통능력이나 국가경영능력에 대해 회의를 느낄 것이다.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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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민환
· 고려대 미디어학부 명예교수
· 한국언론학회 회장 역임
· 저서: <개화기 민족지의 사회사상>
<일제하 문화적 민족주의(역)>
<미군정기 신문의 사회사상>
<한국언론사>
<민주주의와 언론>
김 민 환 (고려대 미디어학부 명예교수)
마산에서 이승만 독재에 항거하는 의거가 터지자 부산문화방송은 생중계를 하듯이 사태의 추이를 보도했다. 경찰이 방송기자의 보도를 방해하자 이 방송사 기자들은 녹음테이프를 방송사로 직접 가지고 가지 않고 자매 언론사인 부산일보로 보내 방송사로 전달하게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의거 사실은 부산과 경남 일원에 방송되었고, 결과적으로 의거가 대구로 서울로 번져가게 했다.
4월 혁명이 성공해 이승만 독재가 무너지자 부산문화방송의 경영주 김지태(金智泰)는 부산지역에 한정하는 방송 사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1961년 서울에 문화방송을 설립했다. 그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종합매스콤센터 설립에 착수했다. 쌍용그룹 설립자 김성곤이 경영하던 <연합신문>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는 한편, 영화산업에까지 영역을 확장하기로 하고 안양의 영화촬영소를 은행 채무를 안는 조건으로 사들이는 교섭도 벌였다.
“정수장학회 언론사 소유는 정당성 없다”
그러나 그의 당찬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부는 김지태를 부정축재 혐의로 구속했다. 결국 김지태는 그가 소유한 언론사 지분을 모두 국가에 헌납한다는 각서를 쓰고 풀려났다. 그 뒤 그의 언론사 지분은 5‧16장학재단에 넘어갔다.
이 장학회는 1982년 전두환 정권하에서 다시 정수장학회로 이름을 바꾸었다. 박정희 육영수 내외분 이름에서 한 자씩을 따 지은 명칭이었다. 이 재단은 MBC 문화방송 지분 30%(6만 주), 부산일보 지분 100%(2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오랜 군부독재가 막을 내리자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보유의 정당성에 대해 다양한 경로로 이의가 제기되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를 ‘장물’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마침내 노무현 정권 하에서 발족한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정수장학회 문제를 의제로 채택했다. 이 위원회는 2007년 6월, 국가 공권력의 강요로 발생한 재산권 침해에 대해 정부가 사과하고 명예회복 및 화해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보유의 정당성을 국가기구가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적절한 조치’는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
이에 따라 김지태의 유족이 정수장학회 보유지분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7부는 올해 2월 국가기관의 강압에 의해 재산이 넘어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반환청구는 기각했다. 그러나 유족들이 항소를 제기해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사회적 논의기구 통해 해법 찾아야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와 문화방송의 주식지분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정법으로 따지자면, 정수장학회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는 정수장학회 이사회가 결정할 일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법리로만 따질 수는 없다. 정수장학회가 언론사 지분을 보유한 것이 공권력을 남용한 재산권 침해에 기인한다는 국가기구나 사법부의 판정을 존중한다면,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처분에 관한 한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정수장학회 문제에는 문화방송의 민영화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졸속으로 결론지을 일이 아니다. 재산을 처리해 어떻게 쓸 지를 논의할 단계는 더더욱 아니다. 부산일보와 문화방송 지분의 매각대금을 부산 경남 지역 학생들에게 풀겠다고 하면 곧 이 지역의 표심을 의식한 꼼수로 오해받을 소지도 있다.
현 단계에서 정수장학회가 할 일은 언론사 지분보유의 태생적 한계를 인정하고, 장학회 이사진의 총사퇴와 명칭 변경 및 개편을 전제로, 이 문제를 다룰 독립적인 사회적 기구를 구성하는 일이다. 기구 구성의 구체적인 방안은 불필요한 정쟁을 막기 위해 여야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박근혜 의원도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밝혀야 한다. 법리만 내세워 나 몰라라 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당하지 않다. 그는 이 장학회의 최고 책임자를 10여년 맡았고, 현재의 장학회 이사장도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다.
정수장학회 문제는 이번 대선에서 박 후보에 대한 평가의 준거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 박 후보가 이 단체의 정당성에 대한 국가기구나 법원의 판단을 무시하는 것이라면, 국민은 박 의원의 도덕성이나 국가관, 역사인식 등에 대해 다시 의문을 느낄 것이다.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문제를 풀 의사가 있으나 현 이사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가 없는 것이라면, 국민은 그의 소통능력이나 국가경영능력에 대해 회의를 느낄 것이다.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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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민환
· 고려대 미디어학부 명예교수
· 한국언론학회 회장 역임
· 저서: <개화기 민족지의 사회사상>
<일제하 문화적 민족주의(역)>
<미군정기 신문의 사회사상>
<한국언론사>
<민주주의와 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