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대/정정애
2013.04.05 21:48
쇳대
전주꽃밭정이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정애
나는 털털해서 정리정돈을 잘 못한다. 게다가 요즘엔 건망증까지 겹쳐서 하루 전에 만졌던 물건도 어디다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해 고생하기도 한다. 오늘도 잠긴 서랍 열쇠를 찾지 못해 한바탕 곤혹을 치렀다. 오늘처럼 열쇠가 간절히 중요한 적은 없었다. 쇳대는 여러 지역에서 쓰이던 사투리로 내가 어릴 적에 쓰던 열쇠의 명칭이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영어를 가르치셨다. 하루는 나에게 교무실에 가서 키(Key) 좀 가져 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다. 그런데 키라는 물건이 무엇인지 몰라서 쩔쩔맸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열쇠라는 명칭보다는 ‘키’라는 명칭을 쓴다. 자동차 키라고 하면 익숙하지만 자동차 열쇠라던가 자동차 쇳대라고 하면 어리둥절할 것이다.
열쇠는 잠금장치와 폐쇄된 것을 풀거나 여는 도구를 말한다. 흔히 쇠로 된 것이 대부분이지만 나무나 돌로 된 장금장치도 더러 있다. 대문 빗장이나 돌무덤의 개폐석 같은 것이 그렇다. 금으로 만들어 값이 비싸고 화려한 문양으로 장식한 아름다운 혼수용 패(牌)나 행운의 열쇠 등은 사실상 개폐의 기능은 없다. 열쇠는 안의 것을 보호, 가둠, 폐쇄 등의 잠금 기능과 반대로 개방, 해방, 나눔 등의 풀고 열어주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울타리나 대문은 외부로부터 우리 집을 분리시키고 신변을 보호받는 장치다. 그 장치를 더욱 견고하게 하기 위해서 대문에 빗장을 건다. 빗장은 안에서는 열어줄 수 있으나 밖에서는 열지 못한다. 그래서 집에 사람을 들이고 싶지 않을 때는 열지 못하게 굳게 빗장을 걸어둔다. 옛날 부잣집 곳간에는 으레 튼실한 자물통을 채우고 주인이 쇳대를 소중히 보관하였다. 쌀뒤주의 쇠통으로 물고기 모양을 많이 사용 했었는데, 물고기는 밤에도 잠을 자지 않는 동물이기 때문이란다. 소중히 간수하던 곳간 열쇠를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넘겨주는 것은 그 가정의 경제권을 며느리에게 이양하는 의미다. 그로인해 며느리는 그때부터 더욱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권위도 향상되는 셈이다.
정치적 사회적 안정을 방해하는 죄인을 가두어 둬야 하는 감옥에도 튼실한 쇠로 빗장을 걸고 잠금장치를 했다. 누구에게나 자유를 속박 당하는 것은 몹시 두렵고 거부하고 싶은 일이다. 그렇기에 죄를 짓고도 감옥에 가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는 것일 게다. 감옥에 갇힌 소크라테스는 ‘인간은 자신의 감옥을 열 수 없는 존재’라고 한탄했다고 한다. 감옥이라는 물리적인 환경을 넘어서 마음의 감옥까지를 포함하는 의미였으리라.
쇳대는 안의 것을 지키고 단속하는 기능과는 반대로 개방하여 외부로 확장시키는 해방과 나눔의 의미를 내포하기도 한다. 제주도 갑부 김만덕이 곡식창고를 열어 배고픈 빈민들에게 식량을 나누어 주었다는 이야기는 제주도가 자랑하는 미담이다. 백성을 걱정하는 임금이 춘궁기가 오면 나라의 곳간을 열고 구휼미를 내렸다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도 널리 알려진 역사이다. 가두고 잠가 놓은 것을 풀고 열어 속박으로부터 해방시키고 나눔을 통해 인정을 베푸는 것은 인간 사회에 온기를 돌게 하는 미덕이 아닐까 싶다.
오늘날 쇳대는 많이 변화되고 있다. 쇠통이나 쇳대가 필요 없는 잠금장치가 자꾸 늘고 있다. 번호키나 카드키로 손쉽게 집이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 갈 수가 있다. 조선시대에는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요즘엔 지문을 인식하여 문을 단속하는 새로운 잠금장치도 개발되었다고 한다. 내게도 굳이 열쇠 없이도 경쾌한 소리를 내며 잠금장치를 풀 수 있는 날이 와주기를 기다려 보련다.
(2013. 4. 6.)
전주꽃밭정이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정애
나는 털털해서 정리정돈을 잘 못한다. 게다가 요즘엔 건망증까지 겹쳐서 하루 전에 만졌던 물건도 어디다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해 고생하기도 한다. 오늘도 잠긴 서랍 열쇠를 찾지 못해 한바탕 곤혹을 치렀다. 오늘처럼 열쇠가 간절히 중요한 적은 없었다. 쇳대는 여러 지역에서 쓰이던 사투리로 내가 어릴 적에 쓰던 열쇠의 명칭이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영어를 가르치셨다. 하루는 나에게 교무실에 가서 키(Key) 좀 가져 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다. 그런데 키라는 물건이 무엇인지 몰라서 쩔쩔맸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열쇠라는 명칭보다는 ‘키’라는 명칭을 쓴다. 자동차 키라고 하면 익숙하지만 자동차 열쇠라던가 자동차 쇳대라고 하면 어리둥절할 것이다.
열쇠는 잠금장치와 폐쇄된 것을 풀거나 여는 도구를 말한다. 흔히 쇠로 된 것이 대부분이지만 나무나 돌로 된 장금장치도 더러 있다. 대문 빗장이나 돌무덤의 개폐석 같은 것이 그렇다. 금으로 만들어 값이 비싸고 화려한 문양으로 장식한 아름다운 혼수용 패(牌)나 행운의 열쇠 등은 사실상 개폐의 기능은 없다. 열쇠는 안의 것을 보호, 가둠, 폐쇄 등의 잠금 기능과 반대로 개방, 해방, 나눔 등의 풀고 열어주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울타리나 대문은 외부로부터 우리 집을 분리시키고 신변을 보호받는 장치다. 그 장치를 더욱 견고하게 하기 위해서 대문에 빗장을 건다. 빗장은 안에서는 열어줄 수 있으나 밖에서는 열지 못한다. 그래서 집에 사람을 들이고 싶지 않을 때는 열지 못하게 굳게 빗장을 걸어둔다. 옛날 부잣집 곳간에는 으레 튼실한 자물통을 채우고 주인이 쇳대를 소중히 보관하였다. 쌀뒤주의 쇠통으로 물고기 모양을 많이 사용 했었는데, 물고기는 밤에도 잠을 자지 않는 동물이기 때문이란다. 소중히 간수하던 곳간 열쇠를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넘겨주는 것은 그 가정의 경제권을 며느리에게 이양하는 의미다. 그로인해 며느리는 그때부터 더욱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권위도 향상되는 셈이다.
정치적 사회적 안정을 방해하는 죄인을 가두어 둬야 하는 감옥에도 튼실한 쇠로 빗장을 걸고 잠금장치를 했다. 누구에게나 자유를 속박 당하는 것은 몹시 두렵고 거부하고 싶은 일이다. 그렇기에 죄를 짓고도 감옥에 가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는 것일 게다. 감옥에 갇힌 소크라테스는 ‘인간은 자신의 감옥을 열 수 없는 존재’라고 한탄했다고 한다. 감옥이라는 물리적인 환경을 넘어서 마음의 감옥까지를 포함하는 의미였으리라.
쇳대는 안의 것을 지키고 단속하는 기능과는 반대로 개방하여 외부로 확장시키는 해방과 나눔의 의미를 내포하기도 한다. 제주도 갑부 김만덕이 곡식창고를 열어 배고픈 빈민들에게 식량을 나누어 주었다는 이야기는 제주도가 자랑하는 미담이다. 백성을 걱정하는 임금이 춘궁기가 오면 나라의 곳간을 열고 구휼미를 내렸다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도 널리 알려진 역사이다. 가두고 잠가 놓은 것을 풀고 열어 속박으로부터 해방시키고 나눔을 통해 인정을 베푸는 것은 인간 사회에 온기를 돌게 하는 미덕이 아닐까 싶다.
오늘날 쇳대는 많이 변화되고 있다. 쇠통이나 쇳대가 필요 없는 잠금장치가 자꾸 늘고 있다. 번호키나 카드키로 손쉽게 집이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 갈 수가 있다. 조선시대에는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요즘엔 지문을 인식하여 문을 단속하는 새로운 잠금장치도 개발되었다고 한다. 내게도 굳이 열쇠 없이도 경쾌한 소리를 내며 잠금장치를 풀 수 있는 날이 와주기를 기다려 보련다.
(2013. 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