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호님 추모 시
2011.06.13 08:05
목련 꽃향기로 곁에 계시길 / 석정희
- 박영호 선생 영전에-
이렇게 닥치는 절멸의 시간도 있습니다.
맑던 목소리 잠겨 안타까움 안기더니
낙화도 낙엽도 아닌 낙과로 떨어져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거울이 깨어져 버렸습니다.
품었던 열매의 씨앗도 다 익히지 못하고
떨어져 침묵의 계절을 남기고 가셨습니다.
깨어져버린 거울 조각 조각에 남은
얼굴을 그리면 깨어짐은 우리에게
찢어짐으로 가슴을 에이게 합니다.
그리고 빈 자리가 크게 남게 되었습니다.
흰 목련 피었던 캘리포니아의 2월
진동하던 향기 슬픔으로 스미게 하시고
깊고 오랜 잠에 드셨습니다
잊으려 비워도 무거운 마음
낭떠러지에 밀어 놓고 이름 한 번 불러봅니다.
박영호 선생님!
흰 목련 아래 서계셔서
낭낭하던 목소리로 낭송하시는 시
목련 꽃향기 함께 띄워 주시기 바랍니다.
시향이게. 영원한 시향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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