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여고 72세 졸업생 윤기숙/은종삼
2014.02.21 06:30
전주여고 72세 졸업생 윤기숙
칼럼니스트 ․ 수필가 은 종 삼
“아니, 할머니 맞아.”
오늘로 마지막이 될 학생복을 입고 단상에서 상장을 받는 졸업생 윤기숙(72세) 할머니는 여느 학생과 똑 같았다. 까만 단발머리에 곧은 자세, 하얀 칼라의 전통적인 여학생복 차림이 10대 소녀 그대로였다.
지난 5일 전주여고(교장 류홍영) 제85회 졸업식은 예년과 달리 자못 의미심장하고 장엄한 분위기였다. 식장이 화려하다거나 사회 저명인사가 참석한 것도 아니다. 윤기숙 할머니 졸업생이 교복을 입고 3년 개근상과 특별상, 기능상 등을 받는 모습 때문이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고희(古稀)라고 하면 은퇴 후 한참 지난 세대다. 몸을 제대로 건사하기도 힘든 나이다. 노인요양병원 간판이 나날이 늘어가는 현실이 그걸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더욱 값진 졸업식이 아닐 수 없다. 특별상과 기능상은 차치하고서라도 3년 개근상은 노인으로서 인간 승리상이 아닐 수 없다. 참으로 감동적인 졸업식 장면이다.
성인들의 평생교육기관이 아닌 정규고등학교에서 어린 손녀딸 또래의 학우들과 어울려 하루도 결석하지 않고 학창생활을 보냈다는 것은 그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다. 아니 전무후무한 대서사시다. 학교에서는 속칭 왕언니로 통했다고 한다. 그만큼 친근하게 지냈다는 의미다. 어린 학우들은 물론 선생님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윤 할머니 졸업생은 1960년에 전주여고에 입학했으나 건강상 자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1남 3녀의 자녀를 키우고 직장도 다니며 취미로 그림공부도 하면서 열심히 살아왔지만 여고생을 보면 학창시절이 몹시 그립고 아렸다. 드디어 남편의 권유로 지난 2011년 봄 51년 만에 꿈에 그리던 전주여고생이 된 것이다. 2년 전에는 화가로서 꽃을 주제로 전북예술회관에서 고희기념 개인전을 열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올해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이 허가되어 현재 예비대학생이기도 하다. 윤씨는 “꿈이 있는 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계속 그림을 친구삼아 후배들을 기르고 봉사하며 노년을 보람차게 살고 싶다고 했다. 이 할머니 졸업생은 보호자이자 남편인 전직 중등교장 최석조(74)씨와 기념사진을 찍으며 남편의 절대적인 공을 치하했다.
노인 인구 600만 시대이고 치매노인 58만여 명이란 통계다. 바야흐로 노인 문제가 현대사회의 당면 과제가 되었다. 인생의 행불행은 결국 노년의 삶에서 귀결된다. 아무리 젊어서 호기를 부리며 잘 살았더라도 늘그막에 요양원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면 결코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노인 문제는 국가적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일차적으로는 개개인이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란 물음에서 정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평생을 10대 소녀처럼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올해 전주여고 졸업생이고 예비미술대학생인 72세 윤기숙 할머니가 정답이 아닐까?
(2014. 2. 21.)
칼럼니스트 ․ 수필가 은 종 삼
“아니, 할머니 맞아.”
오늘로 마지막이 될 학생복을 입고 단상에서 상장을 받는 졸업생 윤기숙(72세) 할머니는 여느 학생과 똑 같았다. 까만 단발머리에 곧은 자세, 하얀 칼라의 전통적인 여학생복 차림이 10대 소녀 그대로였다.
지난 5일 전주여고(교장 류홍영) 제85회 졸업식은 예년과 달리 자못 의미심장하고 장엄한 분위기였다. 식장이 화려하다거나 사회 저명인사가 참석한 것도 아니다. 윤기숙 할머니 졸업생이 교복을 입고 3년 개근상과 특별상, 기능상 등을 받는 모습 때문이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고희(古稀)라고 하면 은퇴 후 한참 지난 세대다. 몸을 제대로 건사하기도 힘든 나이다. 노인요양병원 간판이 나날이 늘어가는 현실이 그걸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더욱 값진 졸업식이 아닐 수 없다. 특별상과 기능상은 차치하고서라도 3년 개근상은 노인으로서 인간 승리상이 아닐 수 없다. 참으로 감동적인 졸업식 장면이다.
성인들의 평생교육기관이 아닌 정규고등학교에서 어린 손녀딸 또래의 학우들과 어울려 하루도 결석하지 않고 학창생활을 보냈다는 것은 그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다. 아니 전무후무한 대서사시다. 학교에서는 속칭 왕언니로 통했다고 한다. 그만큼 친근하게 지냈다는 의미다. 어린 학우들은 물론 선생님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윤 할머니 졸업생은 1960년에 전주여고에 입학했으나 건강상 자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1남 3녀의 자녀를 키우고 직장도 다니며 취미로 그림공부도 하면서 열심히 살아왔지만 여고생을 보면 학창시절이 몹시 그립고 아렸다. 드디어 남편의 권유로 지난 2011년 봄 51년 만에 꿈에 그리던 전주여고생이 된 것이다. 2년 전에는 화가로서 꽃을 주제로 전북예술회관에서 고희기념 개인전을 열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올해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이 허가되어 현재 예비대학생이기도 하다. 윤씨는 “꿈이 있는 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계속 그림을 친구삼아 후배들을 기르고 봉사하며 노년을 보람차게 살고 싶다고 했다. 이 할머니 졸업생은 보호자이자 남편인 전직 중등교장 최석조(74)씨와 기념사진을 찍으며 남편의 절대적인 공을 치하했다.
노인 인구 600만 시대이고 치매노인 58만여 명이란 통계다. 바야흐로 노인 문제가 현대사회의 당면 과제가 되었다. 인생의 행불행은 결국 노년의 삶에서 귀결된다. 아무리 젊어서 호기를 부리며 잘 살았더라도 늘그막에 요양원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면 결코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노인 문제는 국가적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일차적으로는 개개인이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란 물음에서 정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평생을 10대 소녀처럼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올해 전주여고 졸업생이고 예비미술대학생인 72세 윤기숙 할머니가 정답이 아닐까?
(2014. 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