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만월,우리들 꿈이고 보람이게 /mijusiin

2009.08.09 13:00

석정희 조회 수:520 추천:95

mijusiin 미주시인 2009년 봄호에서

이 계절의 시 / 시를 다시 읽는다


만월
                석정희

일찍이 지난 시절에
내몸안에 별의 씨가 하나 들어와
강물 소리에 싹이 트더니
별빛 먹고 자란 초승달 되고
강물에 몸을 씻어 만삭이 되더니
백자를 닮은 달덩이 하나가 나왔지

그러던 네가 어느새 시집을 가고
밤이면 밤마다
둘이서 피리를 불어 별을 헤더니
이제는 햇님 씨를 받았느냐
강물 소리 돌아가는 둥근 바다에
초승달이 조각배로 떠 가더니
어느새 둥근 만월이 차올랐구나

밀물이 일렁이는 새벽 바다 위에
선홍빛으로 떠오르는 햇덩이 닮은
우리 아기해

아기야 아기야,
햇님 닮은 우리 아기야
강물 박차고 어서 나와
달빛 별빛 쏟아지는
저 은빛 가득한 꽃궁 속으로
우리 함께 꽃구경 가자


시인과 자연의 교감이 낳은 빛
- 석정희 시 '만월'을 읽고 -

김 신 웅


석정희의 시에는 우리들의 어미[母性]가 숨어 있다. 미주시인 2007년판에 실린 <만월>과 <우리들 꿈이고 보람이게> 2편을 보면 다른 시인들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애틋함과 정한(情恨)이 담겨 있다.
시쳇말로 치장도 하지 않고 화장도 하지 않은 쌩얼이다. 그러면서도 경험 많은 이들도 다가가지 못하는 관념의 동굴까지 예사롭게 드나들고 있다.
4연으로 이루어진 <만월>은 적절히 행갈이 해가면서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점과 점을 선으로 그어 가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자신의 영혼과 육체를 태워 놓고 줄타기를 하며 시인과 독자 서로가 친밀감을 갖게 하고 있다.

   일찍이 지난 시절에
   내 몸 안에 별의 씨 하나 들어와
   강물 소리에 싹이 트더니
   별빛 먹고 자란 강물에 몸을 씻어 만삭이 되어
   백자를 닮은 달덩이 하나 나왔지

   그리된 네가 어느새 시집을 가고
   밤이면 밤마다
   둘이서 피리를 불어 별을 헤더니
   이제는 해님 씨를 받았느냐
   강물 소리 돌아가는 둥근 바다에
   초승달이 조각배로 떠가더니
   어느덧 둥근 만월이 차올랐구나

   밀물 일렁이는 새벽바다 위에
   선홍빛으로 떠오르는 햇덩이 닮은
   우리 아기 해

   아기야 아기야
   해님 닮은 우리 아가야
   강물 박차고 어서 나와
   달빛 별빛 쏟아지는
   저 은빛 가득한 꽃궁 속으로
   우리 함께 꽃구경 가자

첫 연은 남의 얘기하듯 자신을 객관화하고 있다. 여기에서 독자들은 저마다 가벼운 물살을 타게 된다. 시인의 권유가 자연스레 이루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어지는 둘째 연에서 "강물소리 돌아가는 둥근 바다에/ 초승달이 조각배로 떠가더니/ 어느덧 둥근 만월이 차올랐구나" 둘째 연 5행∼7행에서 바다를 출렁이게 해놓고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사유의 세계로 이끌어 가고 있다.
이렇듯 시 쓰는 일을 자연과의 어울림이 되게 하며 자신과 독자들이 어울려가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 넷째 연 4행∼7행 "달빛 별빛 쏟아지는/ 저 은빛 가득한 꽃궁 속으로/ 우리 함께 꽃구경 가자"로 맺는 시 <만월>은 아기 해가 꽃궁 속으로 쏟아져 내리는 무한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두 번째 시 <우리들 꿈이고 보람이게>로 가보자.

   아가
   우리 아가
   새봄 새싹으로 온
   우리 아가

   강과 바다
   온 계절을 품고
   봄으로 온 우리 아가

   큰 골짜기 숲을 헤치고
   얼음장 깨치는 소리 함께
   해맑은 빛으로
   우리에게 안긴 아가

   태에 앉아 듣던
   빗소리, 바람소리 숨소리 되어
   첫 울음소리 기쁨이 되고
   보람이 되었구나

   높은 산에 큰 나무로
   넓은 바다 가슴으로 채워
   푸른 하늘 안고
   꿈을 담아라

이렇게 실린 2편의 시는 다분히 의도적인 연작시로 보인다.
가족은 생명으로 묶었고 계절은 체험의 세계를 펼쳐 가면서도 느슨한 듯 팽팽하게 긴장감을 이끌고 있다. "태에 앉아 듣던/ 빗소리, 바람소리 숨소리 되어/ 첫 울음소리 기쁨이 되고/ 보람이 되었구나" 여기서 언어가 평범하다고 주제의식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보게 된다. "태에 앉아 듣던/ 빗소리, 바람소리 숨소리 되어......"이거야 말로 내면의 진정성을 보게 되는 것이 아닌가. 일상의 언어들로 쓰여진 석정희의 시는 어딘가 건조한 듯 하지만 건포도와 곶감 같은 맛을 지녔다면 비난 받을 일일까.
이 2편의 시에서 드러나고 있는 가장 강한 점은 자신의 삶[經驗]과 존재가치가 녹아[溶解]있다는 점이다. 영혼을 살찌우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석 시인의 시에 대한 느낌을 벗어나 요즘 쓰여지고 있는 시들이 우리들 영혼의 어둡고 병든 부분을 정화하는데 검정숯이나 마른대추로만 있지 말고 피어오르는 숯불과 간장 독안의 숯덩이가 되고 약탕기 안의 대추가 되어지기를 생각해 본다.
고갯마루의 그 흔한 돌들이 지나는 나그네들의 손길과 의식(儀式)을 통해 쌓여져 성황당을 이루어 가듯 그 흔한 낱말들이 시인에 의해 한 편의 시가 되어지는 일로 이어지기까지......

이 글은 한 독자가 편집자의 주문에 따른 것일 수도 있고 선시편력에 따라 이루어진 것일 수도 있다. 이러다 보니 시인과 작품선택이 독자와 일치할 수 없음은 어찌할 수 없다. 다만 독자와의 소통을 위한 공통분모를 찾아가야 한다는 것은 남의 시를 이야기하는데 있어서의 영원한 숙제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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