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에 생각나는 그리움 & 감사"

2014.10.31 10:00

석정희 조회 수:246 추천:23

 

"이 가을에 생각나는 그리움 & 감사"

크리스찬투데이 공모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 우수 당선작

크리스찬투데이 ㅣ 기사입력 2014/11/01 [02:16]

훌쩍 찬 바람이 도는 가을, 11월이다. 가을이 되면 누군가를 추억하고 보고 싶은 얼굴들이 맴돌곤 한다. 이에 본지는‘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을 주제로 수필을 공모하여 여러 지역의 많은 독자들로부터 소중한 아름다운 사연들을 받았다. 그 중 8편의 수필과 1편의 시에 담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지면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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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의 기도
석정희 시인(CA)

모두들 돌아가고 있습니다.
알몸이 되어서도 부끄럼 없이
왔던 자리로 돌아가고들 있습니다.

가는 길 아쉬워 낙엽은 하늘을 젓고
산에서 흘러내린 강물도 구름으로 피어
모두가 떠났던 자리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세월을 타고 맺힌 결실이며
강물에 흘러 이룬 소망도
모두가 은혜 베푸신 님에게로
기도가 되어 돌아가고 있습니다.

무슨 말로 님을 우러르며
어떤 몸짓으로 감사의 뜻을 표할 수 있겠습니까
이제는 이 세상일 모두 떨쳐버리고
님에게로 돌아 가 님의 곁에만 머물며
오직 감사함을 드리는
이 가을의 기도가 간절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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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에 만난 장길섭 선생님
신일상 목사(Brownsville, TX)

가을이 되면 생각나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미국에 오기 일 년전, 당시 내 나이 45세 때 다른 문화에 살아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던 나에게 친구의 소개로 장길섭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도시보다 시골을 좋아하시는 선생님은 충청남도 금산에 사셨습니다. 그렇다고 촌스럽지 않은 멋과 맛에 민감한 선생님입니다.
그 선생님은 유독 늦가을의 감을 좋아하는 분이다. 특히 잎사귀 하나도 없는 나무에 남은 빨간 감을 좋아 하신다. 가릴게 없어도 하늘 아래 부끄럼 없이 독야청청 하다고 좋아하신다.
더욱 감을 좋아하시는 이유는 감은 땅에서 받은 영양분 가득한 자기 잎을 땅으로 돌려주는 나무라 더욱 좋아 하신다. “빨간 태양을 닮아서 하늘에 달려 있는 듯 하여 더욱 좋아한다”고 하셨다. 그런 선생님을 우리들은“아침햇살님”이라 불렀다.
또한 먹음직스럽고 보함직스러운 자신을 주기에 유독 좋아하신다. 껍질까지 빨간 감이 예수님 같다고 유독 좋아하신다. 잘 익은 자기를 주어 사람들의 먹거리가 되신 예수님 같다고 유독 좋아하신다. 먹으면 마음에 힘을 주는 양식이라 유독 좋아하신다.
나도 선생님이 좋아서 인지 늦가을의 빨간 감을 좋아한다. 나도 예수님이 피같이 빨간 감 같아서 좋아한다. 늦가을에 오신 예수님, 늦가을에 달린 감, 인생의 늦가을에 만난 선생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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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전 가을에 떠난 아버지...
김명일(인터넷쇼핑몰 바이독 대표, 한국)

2013년 가을 10월 17일 사랑하는 아버지가 가족들의 곁을 떠나셨습니다.
여느 아버지들과 다름이 없이 가정과 직장 생활에 충실하셨던 아버지가 갑작스런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던 날 청천병력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2011년 7월의 어느 날, 너무나 낙심되셨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에겐 전혀 내색하지 않으시려고 애쓰시던 그때의 아버지 얼굴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암 선고를 받은 아버지는 힘들고 애타는 시간을 신앙의 힘으로 묵묵히 이겨내려고 노력하셨습니다. 원래 아버지는 불신자였지 만 그 날 이후로 믿음의 자녀로 거듭나셨던 것입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저와 가족들에게는 너무나도 슬픈 시간이었지만 한편으론 감사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했고, 아버지께 사랑한다는 고백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병을 치료해오던 중 2013년 가을 어느날, 컨디션이 갑작스레 나빠진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을 하신 후 그길로 집에 돌아오지 못하셨습니다.
일 년이 지난 이가을 하늘에서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지내실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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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역자 배려하던 한종환 목사님
유영성(서평가, 한국)

오래 전에 상심리교회의 사역을 마치고 다른 사역지로 옮겨갈 때의 기억이다. 내가 머물던 방에서 이사하기 위해 짐을 싸고 있는데 한종환 목사님은 나를 조용히 부르셨다. 그를 따라 목양실로 꾸며진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가며 이 교회에서 지냈던 2년간의 사역을 가만히 회상했다. 젊고 패기만만한 젊은 전도사를 새벽예배와 설교와 교육기관에서 섬기도록 배려하시면서 한 번도 잘잘못을 가린 적이 없었다. 목회자 가족과 한 지붕 아래에서 지내도록 하셨고 모든 식사에 함께 하도록 하셨다. 자신의 단점들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까지 그 분은 나를 훈련시킨 것이다.
다락방에는 물인 담긴 대야와 작은 의자가 놓여 있었다. “앉으세요”나를 의자에 앉히고 그 분은 내 발을 대야에 담가 씻기 시작했다. 따뜻하게 덥힌 물에 담기자 내 방에서 짐을 빼기 위해 분주히 오가느라 피곤이 몰린 내 발에 나른한 쾌감이 돌았다. “전도사님, 앞으로 어디서 사역하시든 귀한 주님의 종이 되십시오.”나는 지금도 그때 내가 무슨 대답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햇살 좋은 가을날이었고 교회 앞마당에 커다란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든 것이 참 아름다웠다는 기억이 있고 그렇게 다락방에서 세족을 하시며 나를 축복하셨던 그 분의 눈빛과 손길과 목소리가 그날 날씨와 잘 어울렸던 것도 기억날 뿐이다.
지금도 그분은 같은 교회에서 오래 목회를 하고 계신다. 평판도 좋고 교인들도 주변에 소문이 좋다. 내가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부터 가을의 정취와 은행나무와 사람들의 시선에 마음을 두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었는데 가을에 기억나는 사람을 생각하며 글을 쓰다 보니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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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때마다 힘준 한영혜 선생님
이진미 집사(찬양사역자, CA)

인생을 살아가면서 참된 스승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살아갈 가치와 의미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12살 때 난 그런 스승을 만났다. 미국에 처음 온 나에겐 모든 것이 낯설었다. 영어도 잘못했고,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노래를 곧잘 불렀던 나는 우연한 기회에 동양선교교회 찬양대에 들어갔다. 그때 찬양대를 이끌던 한영혜 선생님은 첼리스트였는데 항상 응원의 메시지를 던져주시며 어린 내 두 팔을 이끌어 다시 노래를 하게 해주셨다. 너무나 아름다운 외모와 포근한 마음씨. 내 눈에 비친 선생님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였다. 이후로 나는 찬양대에서 사력을 다해 노래할 수 있었다.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선생님의 기도. “제이미, 너는 세계를 다니며 찬양하게 될꺼야”는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선생님의 기도 덕분에 나는 선교에 대한 큰 꿈을 꿀 수 있었고, 인생의 방향을 그렇게 맞춰갔다.
16살에 선생님과 헤어지고 나서, 좀처럼 그녀의 소식을 알 수 없었다. 나도 대학을 진학하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느새 기억 속에 ‘한영혜’라는 이름의 크기가 점점 줄어든 것 같았다. 하지만 늘 힘들 때마다 나에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된 기억은 바로 선생님과 함께 한 시절이었다. 지난 2009년, 미국의 부동산 경기가 폭락하고 경제 위기가 닥쳐왔다. 우리 가정도 그 한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미래를 보고 장만한 부동산은 반토막이 났고, 남편은 건강까지 잃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가정과 직장. 나에겐 늘 하나님의 은혜로 평온하기만 했던 것들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그때 친한 친구가 위로차 점심을 사겠다며 일본타운으로 나를 불러냈다. 주차를 하고 핸들 위에 두 손을 얹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 저 멀리서 걸어오는 한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때 숨이막힐 정도의 벅찬 감동이 몰려왔다. 뛰쳐나가 선생님을 불렀지만, 20년이 지나서 선생님은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저 제이미에요” 그때서야 저를 알아본 선생님은 너무도 놀란 표정으로 얼싸안으셨다. 선생님은 선교의 꿈을 펼치며 한국에 나가 계셨다. 선생님, 아니 선교사로서 그녀의 이야기는 나에게 또 한번의 도전이 되었다. 그 힘든 과정 속에서 나는‘선교’라는 것에 다시 한번 눈을 뜨게 됐고, 지금까지 5년째 일본선교에 헌신하고 있다. 선교사님과의 우연보다 더 운명적인 만남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이후로 꼬였던 모든 문제들이 거짓말처럼 풀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해외 선교를 가서 찬양할 수 있도록, 하나님이 선교사님을 통해 길을 만들어 주셨다. 난 그렇게 굳게 믿는다. 내가 가장 힘들 때마다 나를 인도해주신 선교사님. 내가 가장 힘들 때 하나님의 의미를 알게 해주신 선교사님. 내가 가정을 잃을 뻔한 위기 속에서 하나님의 힘으로 나를 구해준 선교사님. ‘한영혜’라는 그 이름을 내가 어찌 잊을 수가 있을까?
선교사님을 다시 만났을 때가 일본타운이 가장 아름답다는 가을의 길목에 접어든때였고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나를 인도해주신 하나님, 그리고 선교에 눈을 뜨게 해준 선교사님과의 만남이 떠오른다. 나에게 가을이란 ‘감사’ 그 두 단어 외엔 어떤 것들로도 표현할 수 없다. 이번 가을엔 글로서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 더욱 따뜻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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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홈리스사역 동역자 세논
김희기 전도사(KCCC, NJ)

그를 떠난 보낸 지가 이제 일 년. 큰 입으로 웃을 때면 하얀 이를 크게 드러내던 그였는데, 이제는 하늘을 바라봐야 그 미소를 바라 볼 수가 있다.
2010년 미국에 처음 와서 홈리스 사역을 시작하던 해 겨울, 홈리스인 세논 버튼(Shannon Burton)을 처음 만났다. 홈리스들이 끌고 다니는 카트에 짐을 가득 실은 그는 홈리스센터에 와서 여기가 무엇 하는 데냐고 물었고, 그날부터 종종 센터에 와서 앉아 있다 갔었다. 하루는 그가“뭐 도와줄 것이 없냐?”고 물었고 나는 “자원봉사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이야기 한 것이 그가 사역의 동역자가 된 계기였다.
4년동안 짧지만 많은 추억이 생겼다. 홈리스들을 위해 이삿짐 서비스를 해보자고 하여 작은 트럭하나를 가지고 이삿짐을 나르며 고생도 했고, 식당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자신이 뉴욕커라면서 뉴욕 스타일 음식을 해줄 수 있어서 기쁘다면서 새벽부터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러던 2014년 8월에는 함께 멕시코로 선교를 가서 현지 아이들을 돕고 눈물 흘리며 기도도 해주었다. “자신이 비록 홈리스이지만 다음에는 꼭 다른 친구들을 데리고 함께 오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런 그를 지난해 가을 하늘로 데리고 가셨다. 그가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꿈꾸던 것은 LA 다운타운 스키드로우(Skid Row)지역에 홈리스 가족들이 있고, 그 아이들에게 할로윈데이 때 아무도 사탕을 주는 사람이 없는데 자기가 그날 아이들을 위한‘해피 홀리데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가 이루지 못한 꿈이 되었다.
갑작스럽게 떠난 그를 보면서 홈리스 친구들이 꼭 그의 꿈을 이뤄 주자며, 조금씩 돈을 모아‘세논의 해피홀리데이(Holy Day)’를 열어서 어린 친구들을 초청, 사탕도 나누어 주었다. 비록 그는 지금 이곳에 없지만 그가 남겨준 사랑은 사람들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이제는 춥지도 덥지도 배고프지도 않은 곳에서 편하게 있을 그를 생각하면“하나님께서 그를 무척 사랑하셨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하지만 아직도 10월의 하늘을 바라볼 때면 그의 얼굴이 생각이 난다. Shannon! I’m so mis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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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채찍질로 날 훈련시키는 주님
폴 차 목사(오픈킹덤처치, FL)

올 한해 정말 감사했던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 주안에서 많은 사랑과 기적들을 경험했다. 그러나 목회를 하는 가운데 한 순간 무너짐을 겪으면서 어두운 수렁에 빠진 시간도 있었다. 몸도 망가지고 심신도 지친 가운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불투명한 미래를 놓고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나간 적이 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고 어떤 말로도 위로받기 힘든 방황의 연속이었다. 매일 밤 조용히 나가 하늘을 쳐다보면서 하나님께 가냘픈 몸짓의 속삭임밖에 전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그 순간이 하나님께서 내안에서 복음의 기초를 다시 세우시고 정립시키는 시간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잡고 있던 모든 헛된 소망, 꿈, 야망, 욕심들을 쳐내고 계셨다. 완전 포기할 때까지. 내가 이렇게 무너짐은 세상의 불공평한 환경과 악한 인간 때문인 줄 알았다. 그러나 깊은 어두움 속에서 그 영적 원인을 보게 하셨다. 모든 것이 내안에서 다 일어난 일이었다. 외부의 모든 환경은 나를 사랑하사 복음의 비밀을 깨닫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작정과 주권과 섭리가운데 허락된 사건들이었다.
내안의 어두움의 실체를 깨닫기 시작하자 복음 안에 감추어진 빛과 생명 되신 그리스도의 비밀을 다시금 새롭게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 내안에 깊은 어두움을 보자 그 어두움을 빛으로 인도하신 하나님의 놀라운 능력과 섭리가 깨달아지기 시작했다. 내안의 어두움이 쫓겨나자 내 밖의 어두움은 내안의 어두움을 드러내기 위한 교제용 도구에 불과했다. 그러자 내 밖의 어두움의 실체에 관해 자연스럽게 용서가 됨을 경험했다.
내안에 온전한 평정이 일어난 것이었다. 내안에 잔뜩 자리 잡은 주를 향한 거짓된 욕망과 욕심이 어느새 다 도망가고 참된 자유와 안식이 자리 잡게 됨을 보게 되었다. 아직도 이러한 긴 광야의 훈련은 계속되고 있다. 자주 힘들고 아프다. 그러나 나의 무너짐이 계속 되는 광야의 삶속에서 주님의 열심과 수고를 본다. 참된 하나님 아버지와의 친밀함을 경험한다. 내마음속에 계속 말씀 하시는 주님의 깊은 속삭임을 듣는다. 그리스도 예수만을 절대적으로 바라보게 하시는 하나님의 집요한 사랑을 경험한다.
그리스도 예수의 깨끗한 진리의 말씀만 깊이 연구하고 담대히 선포하고 열심히 가르치라는 주님의 명령이 다시 들린다. 주님이 허락하시는 고통과 절망과 아픔의 순간들이 육신적으로는 힘들지만 영적으로 보면 너무 감사하다. 복음이 비밀이 날마다 새로워지기 때문이다. 복음 안에 감추어진 생명의 비밀로 호흡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그 생명의 호흡을 내 사랑하는 가족에게, 내 사랑하는 형제, 자매들에게 나눌 수 있는 자가 되어서 감사하다. 아직도 멀고 긴 믿음의 여정을 가야한다. 주님이 이 악한 죄인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신실하게 간섭하시고 사랑의 채찍질로 훈련시키는 은혜에 너무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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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어머니 안승옥 권사
홍숙종 집사(L.A. 침례교회, CA)

가을이구나! 생각만 해도 가슴이 확트일 것 같은 아름다운 계절이다.
나에게는 가을이 오면 생각나는 만남과 이별이 있다. 그때까지 교회에 다니지 않았던 2003년 가을, 나는 친구의 초대로 음악회에 가게 되었다. 좋은 음악회란 말만 듣고 갔는데 알고 보니 교회에서 비신자들을 초청하기 위한 행사였다. 음악회가 좋은 시간이긴 했지만 교회에 다니게 되지는 않았다.
얼마 후에 그 친구는 스위스로 떠나게 되었고, 자신의 어머니 안승옥 권사님에게 꼭 나를 전도하라고 했다고 한다. 안승옥 권사님은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운전도 하시며 열심히 교회를 섬기시는 분이셨다. 어느 날 안 권사님이 성경책을 사가지고 찾아 오셔서 교회에 나가자고 했다. 가장 힘들게 고통의 시간을 겪고 절망하고 있을 때 권사님의 인도로 교회에 다니게 되었다.
교회에 등록한 뒤에도 영성수련회도 꼭 참석해야 한다며 반강제로 등록을 시키셨다. 나의 믿음이 자라도록 애쓰셨던 권사님은 나의 목장 목자에게 잘 이끌어달라고 어머니처럼 부탁하셨다고 한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교회 일에도 열정이 많아서 나도 나이가 들면 꼭 권사님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해 가을부흥회 기간 동안 새벽기도를 다니자며, 연세에도 불구하고 픽업을 오겠다고 하신 권사님은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셨다. 그리고 얼마 못가 항상 입버릇처럼 주님께 가고 싶다며, 천국에 소망을 두셨던 권사님은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소천 하셨다.
아들이 사준 렉서스 차가 키가 없이도 시동이 걸린다며 신기해하시던 모습이 어린아이처럼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던 권사님, 가을이 오면 권사님의 밝은 미소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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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친구야, 고향 향기 전해줘서...
이완행(CA)

고향의 향기를 품고 셋 쌍의 고향 친구들이 시월 초입의 인디안 썸머와 함께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사뿐히 내려앉았습니다.
반가운 나머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고향 북향굴의 향기에 취해서 인사조차 제대로 못했다. 이십년 이민생활에서 그것도 고향친구들의 방문은 반가움보다도 언어로 형용할 수 없는 그 무엇이 가슴을 치 떨리게 했다. 개구쟁이로 시작된 우리들에 인연이 거칠고 사나운 태평양조차 끊어내질 못했다. 산호세를 기점으로 요세미티국립공원, 브라이스캐년, 자이언캐년 등 넓고 넓은 미국인지라 눈으로 광활한 캐년들과 산들을 더듬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여정이지만 곳곳에 우리들의 흔적을 남기기에 위해 여행 다니는 내내 고향 얘기로 쉴 사이 없이 웃고 떠들면서 그동안 가슴에 깊숙이 스며있던 향수들을 송두리째 뽑아 버렸다. 그것이 친구이고 그것이 고향이었다. “고맙다. 친구들아 찾아주어서”
같은 가슴을 갖고 있는 친구들과의 여행은 강렬했다. 가을이 그렇게 빛날 때 최고에 절정은 그랜드캐년의 헬리콥터 투어였다. 지치고 힘들던 친구들의 눈동자에 그동안의 피로가 환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LA 유니버설 스튜디오 경험은 오십대 여성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을 안겨주었고 나의 절친한 미국친구가 선물해 준 일류 스시 집에서의 만찬은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5박6일의 긴 여정도 넓고 넓은 모하비사막도 한낮 꿈길이였다는 것을 친구들이 떠나는 날 알았다. 10월 10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는 화려했던 단풍잎새가 한낮 소슬바람에 나뒹구는 늦가을 낙엽처럼 내 가슴은 쓸쓸했고 눈가의 이슬은 공항의 작은 불빛에도 반짝였다. 화려해지는 가을을 뒤로하고 친구들은 갔지만 여전히 내 가슴속에 내 고향 북향굴 가을 향기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고향을 남기고간 친구들아! 정말 고맙다”

함께라면 (석정희 작사/ 허방자 작곡) Sop, 김승희, Pf, 김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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