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던 걸음으로 오늘을/ 석정희
2014.07.26 15:54
오던 걸음으로 오늘을 / 석정희
“산은 오를수록 높아지고 물은 건널수록 깊어진다”
우리는 등반을 위해 만난 것도
피안을 향하기 위해 만난 것도 아닌
배필로 만나 삼십여 년
이인삼각이 되어 살았다
산에는 바람만 있는 게 아니었고
바다에는 파도만 있는 것 아닌
사태와 물살을 견디며
동행이 되어 걸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밀고 당기며
추위에는 보듬고 더위에는 그늘 되어
봄에 피는 꽃 가을에 거두는 열매
그리며 꿈을 키웠다
한고비 넘으면 또 다가서는 앞산
겨우 급물살 건너면 소용돌이치던 여울
움켜잡은 손 놓치지 않으려 버둥치며
오르고 건넜다
피안을 향하기 위해 만난 것도 아닌
배필로 만나 삼십여 년
이인삼각이 되어 살았다
산에는 바람만 있는 게 아니었고
바다에는 파도만 있는 것 아닌
사태와 물살을 견디며
동행이 되어 걸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밀고 당기며
추위에는 보듬고 더위에는 그늘 되어
봄에 피는 꽃 가을에 거두는 열매
그리며 꿈을 키웠다
한고비 넘으면 또 다가서는 앞산
겨우 급물살 건너면 소용돌이치던 여울
움켜잡은 손 놓치지 않으려 버둥치며
오르고 건넜다
높은 산에도 잔잔하던 호수
깊은 물에도 고요하던 강물
우리에게 평온을 주어
평안했고
또 넘어야 할 고비에 지치고
건너야 할 강 앞에 멀미하며
서로의 눈치를 마음의 고통으로
앓기는 얼마였던가
아픔이 되고 슬픔이 되어
가슴 감싸려 놓아버리려던
움켜쥔 손목에 힘 풀려갈 때
고뇌는 몇 번이었던가
그러나 지금 앞산에 해 기울어
머언 바다에 석양빛 잠긴
황혼길 가는 발걸음
오던 걸음으로 오늘을 간다.
깊은 물에도 고요하던 강물
우리에게 평온을 주어
평안했고
또 넘어야 할 고비에 지치고
건너야 할 강 앞에 멀미하며
서로의 눈치를 마음의 고통으로
앓기는 얼마였던가
아픔이 되고 슬픔이 되어
가슴 감싸려 놓아버리려던
움켜쥔 손목에 힘 풀려갈 때
고뇌는 몇 번이었던가
그러나 지금 앞산에 해 기울어
머언 바다에 석양빛 잠긴
황혼길 가는 발걸음
오던 걸음으로 오늘을 간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72 | 女心 여심 1/ 석정희 | 영상시 | 2012.06.08 | 228 |
271 | 점의 노래/ 석정희 | 영상시 | 2012.06.08 | 286 |
270 | 물위에 그리는 그림/ 석정희 | 영상시 | 2012.06.09 | 285 |
269 | 무궁화1/ 석정희 | 영상시 | 2012.06.11 | 293 |
268 | 사랑한다면/ 석정희 | 영상시 | 2012.06.11 | 268 |
267 | 가시관이 화관이 되어/ 석정희 | 영상시 | 2012.06.12 | 257 |
266 | 민들레 사랑/ 석정희 | 영상시 | 2012.06.13 | 385 |
265 | 나무 한 그루 옮겨 심으며/ 석정희 | 영상시 | 2012.06.14 | 242 |
264 | 새가 된다 해도/ 석정희 | 영상시 | 2012.06.15 | 265 |
263 | 학을 접으며/ 석정희 | 영상시 | 2012.06.16 | 308 |
262 | 아버지 영전에 바칩니다/ 석정희 | 영상시 | 2012.06.17 | 269 |
261 | 달/ 석정희 | 영상시 | 2012.06.18 | 300 |
260 | 어느날의 달/ 석정희 | 영상시 | 2012.06.20 | 303 |
259 | 달의 마음/ 석정희 | 영상시 | 2012.06.21 | 372 |
258 | 어머님 유산/ 석정희 | 영상시 | 2012.06.22 | 262 |
257 | 강/ 석정희 | 영상시 | 2012.06.22 | 274 |
256 | 살아 있는 무덤/ 석정희 | 영상시 | 2012.06.24 | 298 |
255 | 또 가는 달에/ 석정희 | 영상시 | 2012.06.25 | 265 |
254 | 다시 만날 때까지/ 석정희 | 영상시 | 2012.06.25 | 387 |
253 | 어울리고 아울러서/ 석정희 | 영상시 | 2012.06.26 | 3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