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注油를 하다가/ 석정희
2014.08.08 20:06
주유注油를 하다가 / 석정희
길 나서는 날이면
으레 들러서 가는
고개 밑 작은 주유소엔
우리말 못하는 한국사람이 있다
눈 마주치면 인사가 되고
서로 말을 아끼는
우리는 무엇인가
한국말을 하고 싶은 듯하다
손을 올려 손짓을 하고
그걸 알아들은
가슴을 그의 손짓이 헤집는다
계기판에 빨간 불이라도 켜지면
랄프스마켓에 가서
더듬거리던 수십 년 전이
되돌아 와 깜박거리며
한 마디가 통하던 때의 기쁨으로
우리말로 다가가자고
작은 주유소까지의 거리를 재고
큰 길가의 주유소를 지나
작은 골목길에 들어서
으레 들러서 가는
고개 밑 작은 주유소엔
우리말 못하는 한국사람이 있다
눈 마주치면 인사가 되고
서로 말을 아끼는
우리는 무엇인가
한국말을 하고 싶은 듯하다
손을 올려 손짓을 하고
그걸 알아들은
가슴을 그의 손짓이 헤집는다
계기판에 빨간 불이라도 켜지면
랄프스마켓에 가서
더듬거리던 수십 년 전이
되돌아 와 깜박거리며
한 마디가 통하던 때의 기쁨으로
우리말로 다가가자고
작은 주유소까지의 거리를 재고
큰 길가의 주유소를 지나
작은 골목길에 들어서
"안녕하세요" 말을 건네면
"안넌하새요" 답하는
말을 잃은 부끄럼으로
달아오른 얼굴
집으로 돌아오는 언덕길에
내 안으로 안으로만
뻗어가는 길 되어 더듬어 간다.
기름 넣어 달리게 하듯
마음과 마음 하나 되게
뚫고 갈 길
내리막을 가게 할
그 사람의 우리말 듣고 싶다
"안넌하새요" 답하는
말을 잃은 부끄럼으로
달아오른 얼굴
집으로 돌아오는 언덕길에
내 안으로 안으로만
뻗어가는 길 되어 더듬어 간다.
기름 넣어 달리게 하듯
마음과 마음 하나 되게
뚫고 갈 길
내리막을 가게 할
그 사람의 우리말 듣고 싶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92 | 겨울은 봄으로 오는데/ 석정희 | 석정희 | 2014.09.07 | 72 |
291 | 너도 나도 받지 못할 편지/ 석정희 | 석정희 | 2014.05.03 | 73 |
290 | [시사] 보라색에 주는 정/ 석정희 | 석정희 | 2014.05.31 | 75 |
289 | 높이만큼 깊이만큼/ 석정희 | 석정희 | 2014.08.15 | 75 |
288 | 유리벽/ 석정희 | 석정희 | 2014.09.27 | 75 |
287 | 산 봉우리에서/ 석정희 | 석정희 | 2014.10.11 | 75 |
286 | [시화] 너도 나도 받지 못할 편지/ 석정희 | 석정희 | 2014.05.16 | 76 |
285 | 천상(天上)의 소리/ 석정희 | 석정희 | 2015.03.15 | 77 |
284 | 순간에서 순간으로/ 석정희 | 석정희 | 2014.09.27 | 78 |
283 | [신앙시] 골짜기를 생명수로 채우시는/ 석정희 | 석정희 | 2013.10.19 | 79 |
282 | 채우고 누리려고만 하지 않게/ 석정희 | 석정희 | 2014.12.28 | 79 |
281 | [시사] 산 봉우리에서/ 석정희 | 석정희 | 2014.06.27 | 80 |
280 | 낙엽도 살고 철새도 사는/ 석정희 | 석정희 | 2014.08.09 | 80 |
279 | [시사] 단감과 석류를 보며 / 석정희 | 석정희 | 2013.11.08 | 82 |
278 | [시사] 단감 / 석정희 | 석정희 | 2013.11.09 | 83 |
277 | [축시] 우리 함께 떠나자/ 석정희 | 영상시 | 2013.10.05 | 84 |
276 | [일반시] 단감/ 석정희 | 석정희 | 2013.11.08 | 84 |
275 | 소나기 내린 오후/ 석정희 | 석정희 | 2015.02.28 | 84 |
274 | [신앙시] 옹달샘 가에서/ 석정희 | 석정희 | 2013.11.02 | 85 |
273 | [축시]"일본이여 대답하라"출판기념에 부쳐/ 석정희 | 영상시 | 2013.10.01 | 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