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2
어제:
219
전체:
5,030,287

이달의 작가
견공 시리즈
2009.09.12 02:01

토비의 천국(견공시리즈 25)

조회 수 401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토비의 천국 (견공시리즈 25)



이월란(09/09/08)



토비를 입양하러 갔을 때 토비가 100일 동안 살았던 집은
꼭 고아원 같았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기 위해 참고 견디는 각박한 세상 같았다
말티즈 전문 배양소처럼 키친과 거실의 보이는 곳에만 해도
두 세 마리씩 가두어 놓은 오픈 케이지가 구석마다 진을 치고 있었고
갓 태어난 생쥐만한 강아지를 방에서 데리고 나오는 걸 보니
아래층까지 상상할 만했다
토비는 한 배 출생인 누이와 형까지 한 우리에서
어제 싼 똥까지 밟고 뒹굴며 사람손내를 맡곤 미치기 직전이었다
인터넷 사진으로 내게 이미 간택을 받은 토비는
특별대우를 받으며 우리에서 풀려난 것이다
지하 수용소같은 퀴퀴한 냄새 속에
귀가 멍멍해질 정도로 말티즈 포로들이 꺅꺅 짖어대던 그 곳
외톨박이가 되긴 했지만 이젠 똥을 밟고 살지 않아도 되고
외롭긴 하지만 이젠 맘대로 온 집안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고
도그쇼에 나가기 위해 녹슨 눈물자국 위에 가식의 회칠을 하지 않아도 된
토비는 지금, 진정 행복한 것일까
두고 온 전생같은 생가를 그리워하는 것은 아닐까
인간내가 나지 않는 천국도 인간의 천국일 수 있을까
불행의 씨가 제거된 행복도 진정한 행복일 수 있을까
어둠이 있기에 빛이 감사한 것인데
새우잠 자며 강아지들과 싸우며 뺏어먹던 밥이 그립지나 않을까
말똥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데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71 데자뷰 (dejavu) 이월란 2008.05.10 277
470 고통에 대한 단상 이월란 2008.05.10 277
469 흔들리는 물동이 이월란 2008.05.09 277
468 견공 시리즈 목욕타임(견공시리즈 39) 이월란 2009.10.14 276
467 연인 이월란 2009.05.12 276
466 제2시집 봄탈 이월란 2008.05.10 276
465 겨울새 이월란 2008.05.10 276
464 가을주정(酒酊) 이월란 2008.05.10 276
463 날개 달린 수저 이월란 2008.05.09 276
462 청맹과니 이월란 2008.05.26 276
461 지금 이대로 이월란 2012.04.10 275
460 바람의 교주 이월란 2009.10.24 275
459 철새는 날아가고 이월란 2008.05.10 275
458 그냥 두세요 이월란 2008.05.09 275
457 견공 시리즈 숨바꼭질(견공시리즈 41) 이월란 2009.10.14 274
456 폭풍 모라꼿 이월란 2009.08.06 274
455 빛꽃 이월란 2009.08.01 274
454 춤추는 가라지 이월란 2009.04.09 274
453 시집살이 이월란 2009.04.05 274
452 CF* 단상 이월란 2009.01.15 274
Board Pagination Prev 1 ...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