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015
어제:
1,139
전체:
5,019,924

이달의 작가
2008.05.09 09:40

허아비

조회 수 440 추천 수 4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허아비


                                 이 월란




텅빈 들판
허상의 참새떼 날아오면
바람타고 날으는 꽃가루에조차
생명을 잉태하리라 실었던 소망


누구에게 배우며 살아왔던가
멀리 있는 것이 더 행복한 것이라고
곁을 지키는 분신도
멀어지면 지체없이 날아와
화살처럼 꽂힐 그리움인 것을


생명불어 빚어주신 토기장이
은혜 밖에 없다는데
나의 발 디딘 땅
보듬어 안고 입맞춰 볼 것을


허상 좇던 365일 인심쓰듯 하루 빌어와
남의 허물 가리키던 무례한 손가락 굽혀
밤을 세워 헤아려도 모자랄
감사해야 마땅할 것들
하나 하나 세어 볼 것을


가파르게 숨을 조이던 생의 오르막
눈으로만 배출되던 오장육부의 배설물이 지겨워
물조차 마시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철없던 투정


들판에 세워진 허아비도 제 구실을 한다는데
바람불면 흔들리는 허아비의 종소리
나의 귓전에 흔들려
허상의 참새떼를 쫓나니


이제 막 추수를 끝낸
텅빈 들판같은 삶에라도
허상 쫓는 허아비
하나쯤 세워둘 것을
                              

                                               2007-02-18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1 제1시집 핑계 이월란 2008.05.09 320
110 제1시집 골목길 이월란 2008.05.09 311
109 사랑을 아니? 봄을 아니? 이월란 2008.05.09 367
108 모순 이월란 2008.05.09 308
107 해질무렵 이월란 2008.05.09 336
106 제비집 이월란 2008.05.09 333
105 악습 이월란 2008.05.09 341
» 허아비 이월란 2008.05.09 440
103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이월란 2008.05.09 314
102 오늘도 쌀을 씻는다 이월란 2008.05.09 328
101 눈물의 미학 이월란 2008.05.09 320
100 손을 내밀어요 이월란 2008.05.09 387
99 위선 이월란 2008.05.09 273
98 이별예감 이월란 2008.05.09 482
97 원형나비 이월란 2008.05.09 329
96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 이월란 2008.05.09 481
95 버리지 못하는 병 이월란 2008.05.09 865
94 유럽으로 간 금비단나비 이월란 2008.05.09 370
93 뒷모습 이월란 2008.05.09 380
92 제1시집 부를 수 없는 이름 이월란 2008.05.08 402
Board Pagination Prev 1 ...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