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47
어제:
279
전체:
5,029,243

이달의 작가
2008.05.09 09:42

악습

조회 수 341 추천 수 3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악습



                                                             이 월란




꽃이 내 손에 들어오면
이틀쯤 물맛을 들인 후 절정의 순간에
리모트컨트롤의 버튼으로 노화를 정지시켜
헤어스프레이를 뿌린 후 거꾸로 말려버린다
다섯밤쯤 지나면 고개가 떨어지고
노인네 이빠지듯 꽃잎파리 숭숭 내려 앉는 것을,
몸끝을 그을리며 절명으로 달려가는 것을
지켜볼 담력도, 인내도 내겐 없단다


꽃을 거꾸로 매어달던 나를 지금 누군가가 거꾸로 매달았다
헤어스프레이는 내 두 눈을 찌르고 있고
누군가의 리모트컨트롤 정지버튼이 품어낸 전파에
역류하던 실핏줄의 흐름까지 멈추었다
이제 그만 내려앉고 싶다


혼신이 탈색되어 오물통에 쳐박힌대도
실어증이 손가락까지 점령하기전에
지금, 가슴이 흥건하도록 물에 잠기고 싶다
목까지 잠기울 그 물이 다 눈물이 된다해도
죽음으로 가는 길목까지 물에 담구어져야 했고
꽃잎은 손끝을 태우며 떨어져 내려야 했다
그것이 생명의 이치였나보다


누군가 나를 말리고 있다


                                                              2007-03-05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51 제2시집 미음드레 이월란 2008.05.10 394
1150 제1시집 증언----구시대의 마지막 여인 이월란 2008.05.09 394
1149 당신 이월란 2008.05.07 394
1148 견공 시리즈 그저, 주시는 대로(견공시리즈 80) 이월란 2010.08.22 393
1147 견공 시리즈 욕慾(견공시리즈 79) 이월란 2010.08.22 393
1146 날씨, 흐림 이월란 2010.05.30 393
1145 미워도 다시 한번 이월란 2008.05.10 393
1144 꽃샘추위 이월란 2008.05.08 393
1143 제1시집 공사다발지역(工事多發地域) 이월란 2008.05.09 392
1142 영문 수필 Words That Shook the World 이월란 2010.06.28 391
1141 제3시집 이월란 2010.02.21 391
1140 견공 시리즈 몸가축(견공시리즈 20) 이월란 2009.09.04 391
1139 기억의 방 이월란 2010.08.08 390
1138 가시나무새 이월란 2010.03.22 390
1137 견공 시리즈 빛으로 샤워하기(견공시리즈 57) 이월란 2010.03.05 390
1136 시스루룩(see through look)의 유물 이월란 2009.07.27 390
1135 사랑의 지도 이월란 2009.05.09 390
1134 당신은 늘 내 몸에 詩를 쓴다 이월란 2008.11.26 390
1133 제1시집 이월란 2008.05.08 390
1132 제3시집 벽거울 이월란 2014.05.28 389
Board Pagination Prev 1 ...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