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습
이 월란
꽃이 내 손에 들어오면
이틀쯤 물맛을 들인 후 절정의 순간에
리모트컨트롤의 버튼으로 노화를 정지시켜
헤어스프레이를 뿌린 후 거꾸로 말려버린다
다섯밤쯤 지나면 고개가 떨어지고
노인네 이빠지듯 꽃잎파리 숭숭 내려 앉는 것을,
몸끝을 그을리며 절명으로 달려가는 것을
지켜볼 담력도, 인내도 내겐 없단다
꽃을 거꾸로 매어달던 나를 지금 누군가가 거꾸로 매달았다
헤어스프레이는 내 두 눈을 찌르고 있고
누군가의 리모트컨트롤 정지버튼이 품어낸 전파에
역류하던 실핏줄의 흐름까지 멈추었다
이제 그만 내려앉고 싶다
혼신이 탈색되어 오물통에 쳐박힌대도
실어증이 손가락까지 점령하기전에
지금, 가슴이 흥건하도록 물에 잠기고 싶다
목까지 잠기울 그 물이 다 눈물이 된다해도
죽음으로 가는 길목까지 물에 담구어져야 했고
꽃잎은 손끝을 태우며 떨어져 내려야 했다
그것이 생명의 이치였나보다
누군가 나를 말리고 있다
2007-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