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이 월란
멀쩡히 햇빛을 쏘아대던 해가
산너머에 처자식 두고온 집이 있는지
기웃기웃 휘청거릴 때면
댕돌같던 지반도 따라서 휘청거리며 발디딘 어린마음까지
헤집어 해 잃어가는 하늘만 바라보게 해놓고
얄팍한 자황색으로 액자 속에 그려진 반쯤 눈감은 세상을 깨워
먼나라의 이웃집처럼 컹컹 들려오던 개울음 소리에
나도 버티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지
밥타는 냄새가 허기를 부르는데
반쯤 열린 대문 안으로 아버지의 고함소리가 들렸었나
어제 엄마는 부뚜막에 놓아둔 찬밥에 개미가 끓었다며
물에 말아 동동 뜬 개미들을 열심히 건져내고 드셨는데
엄마의 그 매친짓이 왜 해필 그 때 생각이 난건지
해는 그래서 저렇게 꼴까닥 넘어가 버렸나보다 생각하며
반쯤 열린 대문을 밖에서 닫아버렸었지
2007-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