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집
이 월란
가슴 속 두 번째 늑골 바로 밑에
아이의 작은 손도 밀어넣을 수 없는
아주 후미진 곳에 제비집 하나 지었다
어미새는 눈뜨면 그리움을 입에 물어와
새끼새의 입에 넣어준다
밤이 깊어지기 전에 눈물 한방울 마저 물어와
새끼새의 목을 축이는 그 척박하고 좁은 땅
가끔씩 가슴 한켠이 시어터진 것처럼 시린 것은
가끔씩 동공을 가득 채운 물이 흘러넘치는 것은
일상의 논두렁에서, 생의 밭두렁에서
영민한 부리로 물어다 나르는
그리움과 눈물이 있기 때문이다
애써 허물지 않아도 눈물도 얼어버릴 찬겨울이 오면
눈물 속 그리움 입에 가득 물고
늑골 아래 제비식구들도 강남으로 날아가지 않으리
2007-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