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예감
이 월란
날카로운 것을 보면 머리 속에서 벌써 돋아나는 몸소름
몸서리치면서도 생채기를 내고 마는 못된 습관
처음 보았을 때 그 예리한 눈빛에 벌써 베이고 있는
가슴을 꼭꼭 눌러 지혈을 하고 있었는데
발 밑은 이미 늪이었나 빠져들수록 베이고 말 살점을 매끄러이
다지듯 날을 세우는 묘한 느낌
악몽처럼, 예감처럼 기어코 내 가슴살을 도려내고 있던 그 눈
속에서 피 흘리는 나를 보았는데
빨간 살덩이가 꽃같은 붉은 피 송송 맺으며 날선 칼에 묻어 가는 걸
지켜보며 이미 내것이 아니란 걸
옥정(沃丁)같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내 가슴을 붙들고
손사래를 치며 호호 불다가 지쳐 잠들면 꿈에서도 들리지 않는
나 자신 받아들이려 벌떡 일어나 다시 손사래를 쳐야했는데
모진 세월은 거북의 등짝처럼 딱딱한 딱지로 내려앉아 잃은 살점을
빈틈없이 메꾸고 한번 씩 뜯어내어 핏빛 추억을 빨아먹으며
반추해 보는 또 하나의 못된 습관
손가락은 지금도 오돌도돌 아물어가는 딱지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나간 열병이 딱지 아래로 빨갛게 열꽃을 피우고 있을테니
2007-01-27